‘나는 살아있다’, 군대식 훈련과 생존교육은 뗄 수 없는 것일까

[엔터미디어=정덕현]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사실 군대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이런 지시에서 느껴지는 어떤 불편한 상황을 떠올리지 않을까. 낮 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태양열을 이용해 비빔면과 치즈를 얹어 피자처럼 만든 식빵을 먹고, 캔을 잘라 호루라기 만드는 법이나 브래지어를 이용해 마스크를 만드는 법을 배우던 생존교육, 갑자기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교관들이 바닷가로 데려가 시작한 특훈(?)이 시작되자 군대식 훈련으로 변모했다.

절대 혼자 살아남을 수 없다며 협동심을 강조하는 그 훈련은 함께 엎드려 차가운 바닷물을 향해 포복하고 교관들의 구령에 맞춰 우리는 하나다”, “나는 살고 싶다같은 구호들을 복창했다. 피나고 알이 배기고 이가 갈린다는 PT체조를 하고, 바닷물을 향해 포복을 해 차가운 물이 얼굴을 때리는 그 광경은 그래서 다소 보기 불편함을 안겨줬다.

물론 이러한 특훈을 하게 된 건 이들이 앞으로 이 프로그램의 마지막 미션으로 제시된 무인도에서의 50시간 독자 생존을 앞두고 있어서였다. 박은하 교관은 그 특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편으로는 좀 죄송한 마음이 있었어요. 하지만 정신력과 끈기 그리고 체력을 키워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훈련 끝에 박은하 교관이 출연자들을 하나씩 불러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언제였는가를 묻는 대목은 어딘지 군대식 훈련을 소재로 했던 <가짜사나이> 시즌1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겨운 그 지점을 파고들어 자기 삶을 되돌아보게 함으로써 눈물을 뽑아내는 장면. 우기는 가장 힘들었던 것이 엄마 아빠가 보고 싶을 때라며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어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오정연은 뜻밖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저는 육체보다 마음이 힘들었던 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한때 살지 않으려고 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 마음을 너무 아프게 해드렸는데... 주어진 인생 정말 감사하면서 즐겁게 살고 있는데 오늘을 계기로 더 굳건해질 것 같습니다.” 김민경은 자신이 항상 강해야만 했다며 “열심히 강한 척” 살았지만 “여기 와서 강한 척이 아닌 강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다.”고 했다.

박은하 교관은 일일이 교육생들을 껴안아주고 모두가 대단하다며 어디서든 잘 살아남으실 수 있다고 덕담을 해줬다. 그렇게 특훈이 끝나자 마치 보상처럼 와일드 셰프 김명기가 출연해 야전에서의 요리법으로 요리를 해준다. 죽통 조개찜과 호박잎 쌈밥, 개불순대, 닭봉과 쭈꾸미를 더한 이른바 닭꾸미를 제공한다. 이것이 와일드 생존 코스요리라고 하지만 사실 프라이팬을 이용하고 갖가지 채소와 양념을 더한 요리를 생존 요리라 말하긴 애매한 면이 있다.

즉 이처럼 tvN <나는 살아있다>는 여러 면에서 순한 맛혹은 어떤 중간 지점에 머무는 애매함이 자주 보인다. 생존교육과 군대식 훈련 사이의 애매한 경계가 그렇고, 군대식 훈련이라고 해도 진짜 훈련이라기에는 순화된 면이 있는데다, 생존교육 역시 과연 실제 상황에서 저렇게 활용할 수 있는 물품들이 있을까 싶은 면이 있다. 그래서 생존교육인지 아니면 캠핑인지 애매해지는 지점 또한 생겨난다.

생존교육과 군대식 훈련은 그 뉘앙스가 너무나 다르다. 그래서 <나는 살아있다>는 애써 군대식 훈련이 아닌 생존교육 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군대식 훈련의 야전에서 배웠던 그 방식을 생존교육으로 바꾸는데 있어서 완전히 새로운 문법이나 틀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서 때때로 생존교육처럼 보이다가도 갑자기 군대식 훈련이 등장하는 당혹스러움이 연출된다.

그런데 이것은 생존교육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저것이 진짜 생존교육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캠핑기술에 가까운 내용들이 등장하는 순간이 있어서다. 이 애매한 경계는 <나는 살아있다>가 군대식 훈련과 생존교육에서 나름 가져온 어느 중간지점이지만, 시청자들로서는 다소 어정쩡한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생존교육은 이제 일상에서조차 필요해진 상황이다. 하지만 이 교육을 위해 모두가 군인이 될 필요는 없다. 일상인으로서 그 정보들을 공유하고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실천해가는 교육도 이제는 군대식이 아닌 보통 시민들을 위한 방식을 고민할 시점이다. <나는 살아있다>는 바로 그 고민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까지 그 애매한 경계 위에서 갈팡질팡하는 지점에 서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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