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만 빌리지’, 익숙한 포맷들 결합에 신선한 DIY를 얹은 예능 성찬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담하기)] <땅만 빌리지>는 익숙함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예능이다. 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와 KBS2에서 동시 방송 중인 <땅만 빌리지>는 대자연을 품은 강원도 양양군의 땅을 빌려 각자의 로망이 담긴 세컨하우스를 짓고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담은 자급자족 프로젝트다.

김구라, 김병만, 이기우, 유인영, 윤두준, 효정, 그리 등이 출연해 숲과 바다가 맞닿은 민간인통제구역을 지자체 협조를 얻어 부지로 활용해 자신의 집을 만들고 마을 공동체도 키워 나간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던 곳이라 잘 보존된 자연과, 이에 어우러지는 환경친화적 목재 주택은 내부 생활과 외부 풍경 모두 힐링을 위한 최상의 조건을 제공한다.

연예인들이 자연 속에 모여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체류 예능은 일찍이 <삼시세끼>를 시작으로 올해 들어 <바퀴 달린 집>, <여름방학>, <안 싸우면 다행이야>, <갬성캠핑> 등으로 이어지며 자주 만났던 친근한 포맷이다. 서로 다른 캐릭터의 출연자들은 차이를 극복하고 함께 원만히 생활하기 위해 노력한다. 먹거리를 구하고 식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대개 메인 에피소드로 불편함과 즐거움이 공존하는 집 밖 생활을 보여준다.

<땅만 빌리지>가 또 익숙한 부분은 집 예능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임시 거주하는 세컨하우스를 짓는 과정이기는 하지만 출연자의 취향과 개성에 따라 집의 위치, 집 형태, 내부 인테리어 구성 등이 달라지는 상황은 제대로 된 집을 짓는 과정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그래서 <구해줘 홈즈>, <서울엔 우리집이 없다>, <나의 판타집> 등에서 볼 수 있었던 집 구하기나 집짓기의 복잡하고 수고로운 취향 반영 과정이 <땅만 빌리지>에는 단순화된 채로 유사하게 담겨 있다.

이렇게 익숙한 예능 포맷들을 만날 수 있지만 <땅만 빌리지>는 한편으로 신선하다. 일단 다큐 채널과 지상파가 손잡고 방송하는 일도 흔하지 않고 내용에서도 그렇다. <땅만 빌리지>DIY(Do It Yourself)를 예능에 전문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다른 예능에서는 부분적으로나 단편적으로 활용되는 일이 있어도 이처럼 전면적인 경우는 접하기 쉽지 않았다. DIY는 완제품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소비자가 직접 물건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도록 판매하는 상품을 의미한다. <땅만 빌리지>에서는 집부터 시작해 침대, 의자, 테이블, 명패 등 수많은 생활용품들을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목공에 전문적인 솜씨를 보이는 김병만의 도움 아래 다른 출연자들은 초보 수준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손으로 필요한 가구나 물건들을 방송 내내 제작한다. <삼시세끼>에서 필요한 것들을 어설픈 완성도로 코믹하게 만들어 쓰는 유해진처럼 다른 체류 예능에서 DIY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땅만 빌리지>처럼 전면적이고 전문적으로 다루지는 않았다.

<땅만 빌리지>의 목공이 다른 예능에 비해 남다른 것은 김병만 덕이다. 아버지가 목수였다는 김병만은 전문 목공 장비들을 능숙하게 다루면서 개그맨 후배 정훈과 함께 마을 하나를 통째로 손수 만들어 낸다. 그러다 보니 <땅만 빌리지>에는 체류 예능이나 집 예능의 재미 요소도 있으면서 목공을 지켜보는 재미도 추가된다. 촬영할 때 앉아 있는 모두의 얼굴이 다 잘 잡히도록 V자로 테이블을 만드는 과정은 목공 전문성이 잘 살려져 흥미로웠던 사례였다.

<땅만 빌리지>에는 캠핑 예능의 장점들도 만날 수 있다. 텐트를 세컨하우스가 대체해 거주처가 좀 덜 야생적일 뿐 전체 생활은 캠핑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각적 즐거움과 힐링을 제공하는 주변 자연 환경은 캠핑 예능의 최고 매력 포인트 중 하나인데 민간인통제구역이었던 <땅만 빌리지>의 촬영지도 다른 어떤 예능의 캠핑지 못지않게 훌륭하다.

다만 <땅만 빌리지>는 출연자들이 서로 최대한 조심해 캐릭터간의 대립에서 오는 투닥거림의 재미는 덜한 편인데 예능으로써 이는 다소 아쉽기는 하다. 독설로 유명한 김구라조차도 <땅만 빌리지>에서는 자신의 주장을 내놓기는 하지만 다른 의견이 있으면 바로 맞춰가며 만족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땅만 빌리지>는 잘 차려진 성찬 같은 예능이다. 익숙한 맛의 체류 예능, 집 예능, 캠핑 예능이라는 찬들도 상에 올라와 있고 DIY라는 신선한 찬도 마련돼 있다. 각자의 집 만들기를 마치고 본격적인 마을 생활이 시작된 <땅만 빌리지>가 남은 회차를 통해 모두에게 즐거운 만찬으로 기억되는 예능으로 잘 마무리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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