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의사 백종원과 서당개 김성주의 호흡이 만든 균형 잡힌 시선

[엔터미디어=정덕현] “야 의사야. 우리는 아프다 안 아프다만 알지 뭐 땜에 아픈지는 모르는데 아이 참.”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성남시 모란역 뒷골목편에서 육개장집을 찾아 문제의 원인을 척척 찾아내는 백종원을 보며 김성주는 그렇게 툭 던진다.

사실 육개장집은 서당개로 활약하는 김성주가 그 맛을 감별하던 곳이었다. 특유의 좋아하는 음식이 있고 그래서 적어도 청국장, 팥죽 그리고 육개장에는 자신도 일가견이 있다 자부하던 김성주였다. 그래서 백종원도 아예 육개장집의 솔루션 과정에 김성주를 전면에 내세웠다.

간을 제대로 맞추는 부분과 똠얌꿍 맛을 내는 생강과 냄새가 날 수 있는 고사리를 빼는 게 좋겠다는 솔루션만으로 육개장 마니아 김성주는 ‘최고의 육개장’이라며 심지어 ‘헌정시(?)’까지 지었고, 누구나 좋아할 맛이라는 말에 대용량 육개장을 제작진이 시식하고 투표를 통해 누가 계산할 것인가를 두고 PD와 내기까지 하게 됐다.

흥미진진한 내기에 가까스로 김성주가 이겨 PD가 계산을 하게 됐지만, 대용량으로 하다 보니 레시피의 비율이 맞지 않아 ‘그 때의 그 맛’이 아니라는 김성주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래서 다시 백종원이 솔루션을 주었지만 일주일 뒤 다시 맛을 본 김성주는 여전히 그 때와 다를 바 없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던 것.

결국 음식 맛에 일가견이 있어 그 문제를 찾아내긴 하지만, 어디가 문제인지 알 수 없어 답답해하는 김성주와 사장님 앞에 마치 의사처럼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백종원이 등장했다. 대용량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고기가 덜 삶아진 게 그 원인이었고, 또 삶을 때 너무 센 불을 쓴 것도 문제였다. 백종원의 정확한 솔루션으로 다시 끓여진 육개장을 맛본 김성주는 “이 맛”이라며 감탄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그 제목에 이미 담긴 것처럼 백종원의 역할이 절대적인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백종원과 함께 하고 있는 김성주나 정인선의 역할 또한 조금씩 부각되고 있다. 너무 주관적인 입맛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는 백종원은 시식에 있어 김성주와 정인선을 불러 함께 맛보고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갖기 시작했다.

특히 두 사람이 좋아하는 메뉴에 있어서는 이번 육개장처럼 그 맛을 찾아가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투입시킴으로써 역할 분담이 확실해졌다. 서당개(?)라는 입장에서 보는 맛은 훨씬 더 보통 손님의 입맛일 수 있고 그래서 이번 육개장집에서 김성주의 시식 과정은 그만큼 설득력이 있었다. 물론 김성주의 입맛에 어떤 신뢰를 부여하는 건, 백종원의 인정이지만 이렇게 전문가와 비전문가가 어떤 역할을 나눠 한다는 건 프로그램으로서도 또 홀로 모든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백종원으로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무엇보다 이 역할 분담이 좋은 건, 때때로 백종원의 찐 리액션이 출연한 사장님들을 곤혹스럽게 할 때, 그걸 옆에서 김성주가 위로의 멘트로 중화시켜주는 부분이다. 한쪽이 조금 세다 싶으면 다른 한쪽에서 그걸 낮춰주는 이런 균형은 관찰카메라가 어느 한쪽의 시선으로 치우치게 보일 때 발생할 수 있는 불편함을 상쇄시켜 주는 힘이 있다.

육개장처럼 자신이 마니아라 여기는 음식을 두고 김성주와 PD가 ‘시식 투표’를 통한 내기 대결을 벌이는 대목에서도 김성주와 백종원 사이에 만들어지는 약간의 대결구도는 그래서 재미와 더불어 건강한 긴장감을 만든다. 물론 그런 균형을 맞춰주고 때론 대결구도도 만들어내며 나아가 솔루션에도 협업하는 콜라보가 가능해진 건 지난 3년 간 전국을 다니며 함께 해온 시간들 덕분일 테지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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