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굴 인터뷰’, 어린이 MC들의 활약을 못 따라오는 어른 게스트들
‘누가 누굴 인터뷰’, 평균 나이 10세의 MC들이 주도하는 세대 간 소통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남지우·이승한·정석희 세 명의 TV평론가가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TV삼분지계]를 통해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나라의 미래가 밝네요.” [TV삼분지계]의 세 평론가가 대화를 나누는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 실시간으로 MBC <누가 누굴 인터뷰>를 보던 중 나온 말이다. <누가 누굴 인터뷰>에서 MC라는 중책을 맡은 출연자들의 평균 연령은 10살이다. 12살 덕인, 11살 서연과 현중, 9살 담과 규나, 8살 서율로 구성된 MC들은 “대본을 따르되 연기하지 않고, 솔직하게 질문하되 무례하지 않다”(남지우 평론가). 어지간한 성인 MC들조차도 자주 까먹는 덕목을 근사하게 실천해내는 어린이 MC들을 보며 세 평론가는 모두 흐뭇하게 웃었다. “그 어렵다는 소통의 물꼬를 아이들이 터줘서 반가웠다”(정석희 평론가).

아, 착각하면 안 된다. 세 평론가는 어린이 MC를 보고 웃은 거지, 게스트들을 보면서도 웃은 건 아니다.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게스트인 차기 대권 주자들, 이낙연 국무총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출연분을 보면서 세 평론가는 모두 한숨을 내쉬었다. “이낙연은 국무총리가 무슨 일을 하는 직업인지를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는데 실패했고, 원희룡은 ‘요즘 어린이들이 이런 거 좋아하겠지’ 하는 생각에 필요 이상으로 텐션을 끌어올리고 어설프게 BTS의 춤을 추는 악수를 뒀다”(이승한 평론가). “경험해보지 못한 이런 자리가 어색했는지 자꾸만 겉돌고,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그 어떤 질문에도 솔직하게 대답하지 못했다”(남지우 평론가). 두 평론가의 혹평에 더해, 정석희 평론가가 조용히 첨언했다. “정치인 출연은 반대!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삼가는 게 좋을 걸”(정석희 평론가).

◆ 소통의 물꼬를 트는 아이들

선뜻 내키지 않았다. 출연자 넷 중에 정치인이 둘이다. 정치인과 아이의 결합이라니. 정치인의 예능 출연을 마뜩치 않아할 나 같은 사람의 반감을 순화시킬 목적으로 아이들을 동원했지 싶었다. 날을 세우고 보기 시작한 셈이다.

그런데 첫 번째 출연자 박준형 씨를 향한 규나의 말에 긴장의 끈이 느슨해졌다. “그 끈 좀 이렇게 해줄래? 이름표 좀 보게.” 마치 나를 향한 말 같았다. 그 놈의 삐딱하니 보는 버릇 좀 걷어치우라고. 뒤 이어 박준형 씨의 소년 시절 사진을 보며 덕인이가 물었다. “저기 카레 묻힌 거야?” 박준형 씨의 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옷이 아니라 사진에 묻은 거야.” 아, 아이들이 묻고 싶은 걸 묻는 거 맞네! 선입견이 걷히자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아버지를 열한 살 어린 나이에 여의었다는 박준형 씨, 뒤로 넘어질 때 받아줄 누군가가 없는 것과 같다는 표현에 아이들은 금세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서로 통하기 시작한 것이다. 출연자끼리는 물론 시청자와도.

“난 남북통일도 중요하지만 세대 간 소통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우리 사회 세대 간 소통이 안 되는 게 너무 심각하잖아요?” 배우 윤여정 씨의 말이 생각났다. 세대 간의 소통 단절을 이 시대 당면 과제로 여기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불편하니까, 귀찮으니까 일단 피하고 보는 게 현실 아닌가. 그 어렵다는 소통의 물꼬를 아이들이 터줘서 반가웠다. 소통과 공감 능력 지수 감별에 이 프로그램이 최고다. 어쨌든 <누가 누굴 인터뷰>의 정규 편성은 찬성, 정치인 출연은 반대!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삼가는 게 좋을 걸.

정석희 TV 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 목적어가 분발하길

<누가 누굴 인터뷰>의 제목엔 ‘인터뷰하다’라는 동사에 대한 주어(누가)와 목적어(누굴)가 다 들어 있다. 대표 진행자의 이름을 프로그램 제목에 꼭 넣는다는 토크쇼 장르의 불문율을 깬 색다른 접근이다. ‘누가’(아이들) 진행자인지 만큼이나 중요한 사실은 ‘누굴’(정치인) 인터뷰 대상으로 삼느냐는 것. 본질적으로 인터뷰란 질문을 하는 사람과 질문을 받는 사람의 조합과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작명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1,2회 동안 보여준 ‘누가’와 ‘누굴’의 조합은 어땠을까? 인터뷰어 ‘누가’의 능력을 인터뷰이 ‘누굴’이 따라오지 못해 아쉽다 말하고 싶다. 여섯 명의 진행자 덕인, 서연, 담, 형준, 규나, 서율은 여러 가지 차원에서 어른들이 기대하는 ‘아이들스러움’을 깨는 준비된 MC들이다. 어느 정도 대본을 따르되 연기하지 않고, 호기심을 가득 안고 솔직하게 질문하되 무례하지 않다. 이는 이미 지상파를 꿰차고 있는 여럿 성인 진행자들도 종종 달성하지 못하는 덕목이다. 진행자별 분량을 적당히 안배하는 제작진의 연출과 편집도 이들의 능력을 뒷받침하며 파일럿부터 좋은 호흡을 자랑했다.

하지만 정치인 ‘누굴’에 해당하는 더불어민주당 낙연이와 제주도지사 희룡이는 그만큼 잘 해내지 못한 것 같다. 직업 특성상 똑같은 언론과의 똑같은 인터뷰가 일상일 이들에게, 이런 신개념 인터뷰어들과의 만남은 변화이자 정치적 기회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할 수 없었던 것을 이번에는 할 수 있었다. 우리의 탁월한 진행자들에겐 왜곡하지 않는 시선, 순수로 채색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친구는 경험해보지 못한 이런 자리가 어색했는지 자꾸만 겉돌고,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그 어떤 질문에도 솔직하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희룡이보다는 낙연이가 조금 더 진행자들의 마음을 산 것처럼 느껴졌다. 유권자들은 어찌 느꼈을진 모르겠지만.

남지우 칼럼니스트 jeewoo1119@gmail.com

◆ 평소 얼마나 격의 없는 소통을 해 왔는지 한번 봅시다

예고편만 보면 훨씬 더 와일드한 토크쇼일 줄 알았다. 자신들이 누구이고 어떤 것을 이뤘는지 하나도 모르는 아이들 앞에서 자신을 설명해야 하는 당혹감에 휩싸인 박준형과 이낙연을 보여주는 예고편은 강렬했고, 존칭도 의전도 없이 아홉 살 규나가 예순 아홉 살 이낙연에게 반말을 던지는 ‘반모(반말모드)’ 진행도 흥미진진해 보였다. 과연 권위와 유명세를 모두 떼어내고 맨얼굴로 대화를 나눠야 하는 현장에서, 게스트들은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누가 누굴 인터뷰>는 예고편에 비해 턱없이 선량한 쇼였다. 어린이 MC들은 말만 반말을 쓸 뿐, 게스트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열어주고 선량하게 경청한다. 물론 박준형의 말이 길어지면 너무 길다고 불평하고, 원희룡이 장기랍시고 BTS의 다이나마이트 춤을 보여주자 일단 박수까지는 쳐주고 다시는 하지 말라고 평하지만. 그 정도의 솔직한 반응을 제외하고 나면 나머지 영역은 칭찬과 공감으로 가득 차 있다. 어린이 MC들은 게스트의 말을 의심하지도, 날카로운 질문으로 게스트를 당혹케 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누가 누굴 인터뷰>가 흥미로운 지점은, 게스트들이 평소 얼마나 격의 없는 소통을 해 왔던 사람인지가 자연스레 드러난다는 것이다. 파일럿에 등장한 박준형, 이낙연, 이상화, 원희룡은 모두 나름대로 어린이 MC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려 노력했지만, 개중에도 그게 자연스러운 이상화 같은 게스트가 있었던 반면 끝까지 삐걱거렸던 이낙연, 원희룡 같은 게스트도 있었다. 이낙연은 국무총리가 무슨 일을 하는 직업인지를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는데 실패했고, 원희룡은 ‘요즘 어린이들이 이런 거 좋아하겠지’ 하는 생각에 필요 이상으로 텐션을 끌어올리고 어설프게 BTS의 춤을 추는 악수를 뒀다. 제작진이 의도한 것인지는 몰라도, 결과적으로 <누가 누굴 인터뷰>는 게스트들이 평소 다른 세대와 얼마나 격의 없이 소통해 왔는지 짐작해 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됐다.

이승한 칼럼니스트 tintin@iamtintin.net

[사진·영상=MBC. 그래픽=이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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