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 김서형·이보영의 재벌가 탈출기, 그 성공과 파멸 사이
‘마인’, 재벌가는 어떻게 이보영과 김서형의 감옥이 됐나

[엔터미디어=정덕현] “좁은 문에 갇힌 코끼리. 그 코끼리가 좁은 문을 나가는 방법은 뭘까요?” tvN 토일드라마 <마인>에서 정서현(김서형)이 한 소년 작가에게 던지는 이 질문은 이 드라마가 궁극적으로 던지는 화두에 가깝다. 정서현이 말하는 코끼리는 바로 자신이기도 하고, 자신이 도우려는 서희수(이보영)이기도 하며 나아가 이 효원가라는 재벌가에 갇혀 있는 한수혁(차학연), 김유연(정이서)은 물론이고 이곳에서 일하는 메이드들 모두를 지칭하는 것이기도 하다.

서희수는 자신이 재벌가에 입성해 그 많은 것들을 ‘가졌고’ 또 누리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강자경(옥자연)이라는 튜터를 가장한 하준의 친모이자 남편 한지용(이현욱)의 내연녀가 등장하면서 그것이 모두 자신의 착각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이 모든 충격적인 사실을 알고 난 후, 모든 걸 돕겠다는 정서현이 무엇을 원하느냐는 질문에 “효원가를 나가는 것”이라고 답했다. 누구나 선망의 시선으로 보였던 재벌가가 이제 탈출해야할 감옥이었다는 게 드러난 것이다.

놀랍게도 정서현은 이 감옥에서의 탈출이 쉽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사실은 서희수도 실감하고 있다. 재벌가 사람으로 산다는 건 할 수 있는 것만큼 못하는 일들 또한 만만찮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어서다. 정서현은 그 탈출을 돕겠다 했고, 그 길을 자신은 알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것은 아마도 이 효원가의 시스템을 잘 알고 있고, 마치 체스판에 체스를 두듯 모든 걸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그렇게 효원가가 자신에게 감옥이고, 자신이 좁은 문에 갇힌 코끼리라 여기는 정서현은 탈출할 방법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째서 자신은 그걸 결행하지 못했던 걸까. 그 답변은 정서현이 질문을 던진 소년작가가 가져온다. 그림 속에서 좁은 문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코끼리를 소년작가는 그저 꺼내서 옆으로 빼놓는다. 그건 정서현에게 새삼스런 깨달음을 준다. “좁은 문 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어? 갇혀 있지 않았던 거구나.” 소년작가는 말한다. “원래 벽은 없었어요. 코끼리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거예요.”

마침 드라마는 한수혁이 다른 재벌가와 정략결혼을 시키려는 효원가의 강압을 거부하는 모습을 담아낸다. 정서현과 한진호(박혁권) 그리고 양순혜(박원숙)가 추구했던 이 결혼에 대해, 한수혁은 양가 사람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다. 정서현은 자신이 늘 해왔던 효원가에서의 비즈니스적인 선택들처럼 아들(물론 친자식은 아니지만)의 결혼 또한 그렇게 처리하려 했지만, 이제 조금씩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됐다. 서희수를 돕는 선택이나, 자신 또한 스스로를 가둬뒀던 감옥에서 빠져나오는 일은 또한 한수혁에게도 해당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재벌가는 감옥이 됐고, 정서현, 서희수, 한수혁 같은 이들은 그 재벌가로부터 탈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마인>은 과연 이들의 탈출기를 성공적으로 그려낼까. 혹여나 파멸의 길을 향해 가는 건 아닐까. 불안한 건 드라마 첫 시퀀스로 보여준 누군가의 추락과 피가 예고하는 비극이다. 가장 높은 곳(이라 여긴 곳)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추락의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일일 수 있다는 걸 그 시퀀스는 보여주지 않았던가.

<마인>의 이 효원가 탈출기는 이제 우리들에게도 질문으로 다가온다. 그건 재벌가로 극대화되어 그려지고 있지만, 자본화된 세상에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방법을 모르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자본화된 시스템의 욕망 속에 가둬두며 살아가는 우리들. 드라마 속 정서현과 서희수의 탈출기가 저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여겨지는 이유다.

효원가 정원 한 가운데 가둬져 날지 못하고 심지어 날개를 펴는 일조차 잊어버렸던 공작새가 어느 날 밤 훨훨 날아 떠나가 버리는 장면은 그나마 이들의 탈출기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갖게 만든다. 과연 이들은 이곳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탈출에는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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