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걸 vs 에스파, 각기 다른 신곡의 매력은?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걸그룹이라는 공통점을 제외하고 오마이걸과 에스파의 5월 신곡에 공통점은 없다. 일단 오마이걸의 <던 던 댄스(Dun Dun Dance)>가 목가적인 초원을 지향한다면 에스파의 <넥스트 레벨(Next Level)>은 광야를 찾아가 나의 아바타를 만나는 모험담의 서사를 지녔다.

다만 두 곡 모두 그간 한국 걸그룹이 보여준 노선의 흔적들을 품고 있긴 하다. <Dun Dun Dance>의 상쾌한 청량감과 <Next Level>의 어둡고 시크한 감각은 한국 걸그룹 음악의 DNA였다. 아마 두 그룹의 노래를 듣다보면 SES와 핑클을 시작으로 브라운아이드걸스나 쥬얼리, 2NE1, 소녀시대, 에프엑스 등의 어떤 순간들이 스쳐갈 것이다. 하지만 결국 두 노래를 끝까지 들었을 때는 오롯이 오마이걸과 에스파의 개성이 남는다. 그만큼 두 곡 모두 절대적인 개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데뷔한 오마이걸의 <Dun Dun Dance>는 이 팀이 수없이 많은 걸그룹 중에서 살아남은 방법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7인조 걸그룹 오마이걸은 언뜻 러블리한 걸그룹의 전형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들 7인조는 각기 개성이 뚜렷한 확실한 보컬 능력과 음색으로 친근한 멜로디의 노래에 조화롭고 풍성한 색감을 입힌다. 그렇기에 오마이걸의 노래를 듣다보면 대중적인 멜로디의 밑그림을 다양한 보컬로 색칠하는 칼라북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역시나 <Dun Dun Dance>에서도 오마이걸의 보컬 조합은 또 한 번 최상의 피치로 올라선다. 승희와 유아가 던던댄스를 흥얼대는 첫 소절 도입부터 이 곡은 훅으로 빠르게 들어간다. 이어 아이 같은 음색의 지호와 미성의 아린이 곡의 전개를 이어준다. 하지만 곧바로 소울풀한 비니가 노래를 이어받는 식으로 색감이 변한다. 그리고 <Dun Dun Dance>는 효정의 보컬이 등장하면서 청량한 바람처럼 상쾌한 훅이 연달아 불어온다. 승희의 시원한 고음과 유이의 던던댄스 속삭임, 그리고 미미의 랩핑까지 <Dun Dun Dance>의 클라이맥스는 흠잡을 틈이 하나도 없다. 여기에 후반부에는 이 똑같은 방식을 오마이걸의 다른 멤버들이 조금 다른 색감으로 만들어낸다.

한편 오마이걸의 <Dun Dun Dance> 뮤직비디오 역시 이 곡의 목가적인 청량함과 오마이걸의 유니크한 정체성을 나타내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간 오마이걸은 예쁜 포즈만으로 이어진 뮤직비디오와는 차별화된 팬시하고 독특한 상징들이 담긴 뮤비를 만들어왔다. <Dun Dun Dance> 역시 그 방식을 이어간다. 우주선의 상징과 목가적인 풍경, 레트로한 소품이 어우러진 뮤비는 이 노래가 가진 경쾌한 청량감을 잘 시각화해냈다. 여기에 미래적인 요소와 1970년대 오란씨 광고 같은 장면이 어우러지면서 <Dun Dun Dance>가 지닌 레트로하고 세련된 댄스곡 감각을 비주얼로 잘 표현한 느낌이다.

이처럼 오마이걸은 <Dun Dun Dance>로 걸그룹 음악에 기대하는 경쾌함을 가져가는 동시에 완성도 있는 조합으로 기억에 오래 각인될 신곡을 냈다. <Dun Dun Dance>는 방안에서도, 친구들과의 만남에서도, 여행지에서도 언제 어디서든 따라 부르고 듣고 싶은 행복한 치유의 노래인 것이다.

한편 에스파는 <Next Level>을 통해 SM의 미래지향형 아이돌그룹의 면모를 단번에 드러낸다. 영화 <분노의 질주> OST <Next Level>의 줄기세포를 추출해 SM의 유영진 SMP로 이식한 에스파 <Next Level>을 듣는 기분은 꽤 묘하다. 최신 EDM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그 사이사이 동방신기와 엑소, 에프엑스, SES까지 스쳐지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스파는 <Next Level>에서 SM의 아이돌 중 가장 금속성에 가까운 까랑까랑한 보컬과 래핑을 들려주면서 본인들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신인 걸그룹이지만 친숙함도 미숙함도 아닌 낯선 완숙함의 이질적 중독성이 드러나는 팀인 것이다.

카리나와 지젤의 랩이나 보컬이 원곡 <Next Level>의 차가움을 잘 드러낸다면 윈터와 닝닝은 SM 보컬 특유의 창법에 소몰이 느낌을 빼고 2020년대에 어울리는 AI같은 음색을 더한다. 그렇기에 이들의 신곡 <Next Level>은 SM 걸그룹의 새로운 진화에 꽤 잘 어울린다.

한편 <Next Level>의 뮤직비디오 또한 세트부터 안무, 구성까지 빈틈없이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SF적인 사이버 가상세계를 조악함 없이 그리고 멤버들의 분위기와 어울리게 만들기도 쉽지 않다. 여기에 에스파의 스토리인 아바타 설정까지 적절하게 녹아 있다. 또한 OST 원곡에서 SMP로 넘어가고 다시 원곡의 분위기로 넘어가는 단계를 뮤비의 장면을 통해 효과적으로 시각화한다. 그렇기에 <Next Level>의 뮤직비디오를 보다 보면 두 개의 다른 세계에서 두 개의 다른 노래가 들리지만, 결국 하나로 완성되는 효과가 느껴진다.

오마이걸의 <Dun Dun Dance>와 에스파의 <Next Level>은 발랄한 댄스곡에 섹시한 율동이 걸그룹 음악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각각의 그룹이 보여주려는 확실한 세계가 있고, 귀와 눈을 즐겁게 하는 중독성 높은 음악이 있다. 이 정도면 오마이걸의 <Dun Dun Dance>와 에스파의 <Next Level>은 지금의 K팝 걸그룹 뮤직의 정점을 보여주는 양대산맥 느낌이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WM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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