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백종원도 롱런하려면 간간이 쉬어가야 된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지난 2018년 새해와 함께 첫 방송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현재까지 약 3년여를 쉬지 않고 달렸다. 백종원의 저력은 남달랐다. 그 전에에 쿡방이나 먹방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이 프로그램은 프랜차이즈 대표로서 자신의 주특기라고 할 수 있는 ‘식당 솔루션’을 마음껏 펼쳐낼 수 있었다. 게다가 방송의 밀당에도 고수인지라, 백종원의 웃음과 분노(?) 하나에 시청자들의 시선이 집중되었고 골목상권이 들썩였다. 방송에도 상권이 있다면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등장하자마자 사람들을 끌어 모았고, <맛남의 광장> 같은 프로그램까지 런칭시킬 정도로 SBS 예능의 상권을 살려냈다.
그렇다면 현재는 어떨까. 어쩐지 이 상권이 예전 같지 않다. 몰려들던 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의 맛이 너무 익숙해졌다. 그렇다고 방송 내용이 달라진 것도 아니다. 맛은 변함이 없는데, 계속 맛보다 보니 특별한 느낌이 점점 희석됐다. 코로나19도 이런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아무래도 식당 대표나 손님들과의 ‘대면’이 주는 맛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이다. 제한이 많아졌다. 이런 결과는 지표로도 드러났다. 한때 10%대를 넘어서기도 시청률은 뚝뚝 떨어져 5% 넘기기도 어려운 현실을 맞이했다. 지난 7일 방영된 고양시 숲속마을 골목편은 3.7%(닐슨 코리아)를 찍었다. 올 들어 3월 강동구 길동골목편(3.1%), 4월 구로구 오류동 골목편(3.9%), 5월 부천 카센터 골목편(3.8%)에 이어 네 번째 3%대 시청률이다. 이 정도면 방송 제작진들에게는 비상이다.

그래서일까.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다음 주 새로운 골목에 대한 예고편에는 어딘가 포방터 시장 홍탁집 스토리 같은 영상들이 보여졌다. 엄마가 열심히 요리를 하고 있는데, 옆에서 한가롭게 다트하고 있는 아들이 등장했고, ‘역대급’이라는 멘트와 자막이 붙었다. 그리고 여지없이 백종원의 분노와 눈물 흘리는 엄마 그리고 당황해하는 아들의 모습이 교차편집되어 보여졌다. 무언가 센 이야기가 필요한 시점이라 여겼을 테다. 하지만 이 센 이야기도 포방터 시장이 떠오른다는 건 시청자들에게 이런 방식의 스토리가 익숙해졌다는 방증이 아닐까.
금새록이 정인선 후임으로 투입되면서 의외의 방식으로 주목되는 건 지금의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서 있는 자리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서당개도 아닌 ‘이쑤시개’로 불리는 금새록은 음식도 예능도 초보의 향기를 풀풀 풍겨낸다. 과장된 형태로 ‘리포트’를 하고 심지어 성대모사까지 곁들이는 금새록의 모습은 풋풋해서 보기가 좋다. 때로는 금새록이 하는 어떤 이야기나 행동이 백종원이나 김성주보다 튀는 느낌마저 있다. 그건 이미 백종원과 김성주의 멘트들이 익숙한 반면, 금새록은 새로 들어온 데다 초보라 그 낯설음이 오히려 신선하게 보여서다. 백종원과 김성주는 이제 베테랑이지만 오히려 금새록 같은 초보가 튀는 이 상황은, 너무 익숙해진 프로그램이 처한 현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이 점점 힘을 잃어갈수록 같은 SBS 예능 상권(?)인 <맛남의 광장>도 힘을 잃어간다. 백종원이라는 인물이 만들어냈던 시너지는, 비슷한 이야기의 패턴 반복으로서 소비만 가속화시킨다. 만일 백종원이 골목상권에 솔루션을 주듯, 현재 백종원이 형성한 SBS 예능 상권이 처한 문제에 솔루션을 준다면 어떤 게 합당할 수 있을까.
냉정하게 말하면 지속하면서 어떻게든 버텨보려 안간힘을 쓰는 것보다는 잠시 쉬는 게 낫다. 제 아무리 맛좋은 음식도 일종의 ‘쿨 타임’이 필요한 법이다. 한 번 맛있게 먹고 나면 일정 기간이 지나야 다시 먹고픈 마음이 생긴다. 방송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TV시청이 그저 틀어 놓고(심지어 다른 일을 하면서) 슬쩍슬쩍 보는 방식이 적지 않았다면, 지금은 시청자들이 ‘선택과 집중’의 방식으로 시청한다. 그래서 그 끝을 알 수 없이 매주 방송되는 이른바 ‘정규편성 프로그램’은 제 아무리 좋아도 어느 정도 지나면 그 힘이 빠져버린다.

이런 시청 방식의 변화를 인지한다면 이제 시즌제는 드라마에서만 필요한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예능 프로그램도 시작점과 끝점이 분명하게 하고, 일정기간의 휴지기를 거친 후 충분히 재충전되고 준비된 형태로 새 시즌을 보여주는 그런 방식이 요구되고 있는 것. 이것은 또한 백종원 같은 확실한 자기 콘텐츠와 더불어 방송 능력까지 갖춘 예능의 블루칩이 빨리 소비되지 않고 더 롱런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그래서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재충전을 위한 휴지기가 필요한 것처럼, 백종원 자신도 일정한 휴지기가 필요하다 여겨진다. 최근 들어 백종원은 KBS <백종원 클라쓰>, JTBC <백종원의 국민음식>, 티빙 <백종원의 사계>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앞으로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백스피릿>도 방송이 준비되고 있다. 하지만 새로 시작한 프로그램들을 보면 그간 백종원이 해왔던 먹방, 쿡방에서 크게 벗어난 게 없다. 완전히 새로운 어떤 관점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아니라면 뭉뚱그려 ‘백종원 콘텐츠’라 보이게 마련이고 그것이 결국 백종원의 소비만 더 가속화시킬 수 있는 길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말이 있다. 백종원은 이미 물이 들어온 지 몇 년이 지났고 그 후로 쉬지 않고 노를 저어왔다. 하지만 끝도 보이지 않고 조류도 바뀌고 있는 상황에 계속 노를 젓는 건 체력 소모만 가중시킨다. 2015년 <마이 리틀 텔레비전>, <집밥 백선생> 그리고 <백종원의 3대천왕>으로 단번에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던 백종원은 그 후 6년여 동안의 짧은 기간에 자기만의 확고한 예능 상권을 만들었다. 그는 지금도 6년 전과 다를 바 없이 여전할 게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다르다. ‘쿨 타임’이 필요하다. 적당히 멈췄다 다시 움직이는 슬기로운 선택이 필요할 때다.
‘골목식당’ ‘맛남의광장’ 등 백종원의 주력 프로그램이 시청률 동반 하락한 이래 반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연 백종원의 잘못일까요? KBS에 첫 진출하는 등 방송국을 옮겨 새 동력을 찾고 있는 백종원에 대해 엔터미디어 채널 '싸우나' 정덕현 평론가가 진단해 봤습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