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는 왜 굳이 ‘검은 태양’의 스핀오프로 처리됐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이제 본편에서 다뤄지지 못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으로서 스핀오프도 자리를 잡는 모양이다. tvN <마우스>가 스핀오프로 극중 인물인 정바름(이승기)의 관점으로 드라마를 다시 풀어낸 ‘더 프레데터’를 시도했던 것처럼, MBC 금토드라마 <검은 태양>은 종영 후 <뫼비우스:검은 태양(이하 뫼비우스)>을 통해 서수연(박하선)을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를 내놨다.
<검은 태양>에서 애초 한지혁(남궁민)과 투톱으로 등장한 줄 알았던 서수연은 놀랍게도 6회 만에 사망하며 하차했다. 그리고 그 후에는 한지혁 원톱으로 드라마는 흘러갔고, 유제이(김지은)가 그를 보조하는 역할을 이어받았다. 한지혁과 팽팽한 대결구도를 보였던 서수연이 국정원 내 비밀조직 상무회에 의해 암살당하며 박하선이 하차한 것에 대한 시청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너무 빠른 하차를 아쉬워하며 어떤 이유가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초반 어색한 연기로 논란을 겪기도 한 박하선의 하차를 크게 문제 삼지 않는 의견들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검은 태양>에서 박하선의 연기는 어울리지 않는 감정 과잉으로 비춰졌다. 한지혁이라는 사선을 뚫고 복수의 화신이 되어 국정원으로 돌아온 주인공에 포커싱이 맞춰지다 보니 그에게 오히려 작전 중 사망한 동료들에 대한 책임을 묻고 질책하는 서수연에 시청자들은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워낙 한지혁이라는 인물을 살벌할 정도로 표현해낸 남궁민의 연기가 압도적인지라 서수연의 이런 모습들을 담은 박하선의 연기가 약하게 느껴진 것. 인물이 공감대를 잃고 매력 또한 보이지 않게 되면서 그것은 박하선의 연기력 논란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스핀오프로 마련된 <뫼비우스>를 보니 서수연이라는 인물과 이를 연기한 박하선도 다시 보인다. 이렇게 된 건 <뫼비우스>가 이 인물이 어떻게 탄생했고 어떤 질곡을 거쳐 국정원 내에서 그 조직에 반감을 갖는 인물이 됐는가를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였지만 자신이 취재하던 마약 판매유통업자 이건호(정환)에 의해 언니가 참혹한 죽음을 맞이한 후 국정원에 들어온 서수연은 복수를 위해 중국지사에 머물며 그를 추적한다.
그 과정에서 서수연은 국정원 블랙요원으로 삼합회에 들어가 활동하고 있는 장천우(정문성)를 만나면서 국정원 해외파트 총괄 도진숙 차장(장영남)과 갈등하게 된다. 작전 중 우연히 이건호를 보게 된 서수연이 사사로운 복수심으로 명령을 어긴 채 그와 사투를 벌이게 되고, 죽을 위기에 처한 순간 장천우가 이건호를 죽이고 서수연을 구한다. 하지만 도차장은 투입된 국정원 요원들에게 서수연만 구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블랙요원인 장천우를 버린 것.

한국인으로 인정받고 싶어 블랙요원으로 활동해왔지만 번번이 국정원에 이용만 당하고 버림받은 장천우에 대해 서수연은 남다른 동질감을 느낀다. 국정원이라는 조직에 발을 붙이고 임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조직에 동화되기보다는 자신의 또 다른 목적으로 그 일을 버티고 있는 상황이 그렇다. 장천우를 국정원 요원인지 아니면 삼합회 조직원에 동화된 인물인지 알 수 없다는 도진숙 차장과 대립해가며 서수연은 장천우를 돕고 그 과정에서 모종의 화학무기 거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서수연의 과거사가 등장하면서, 이 인물이 어째서 <검은 태양>에서 중국에서 사선을 넘어 돌아온 한지혁에게 그런 반감을 드러냈는가가 이해된다. 즉 <뫼비우스>를 보면 서수연은 국정원이라는 조직이 국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요원들을 쓰고 심지어 버리는 것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검은 태양>에서 한지혁에 대한 적대심이 이해된다. 서수연은 한지혁 때문에 중국에서의 작전 중 동료들이 모두 죽었다고 생각하고, 특히 그 중 오경석(황희)은 서수연과 연인관계였다.

이러한 서수연에 대한 전사들이 없이 한지혁 중심으로 드라마를 끌고 가면서 <검은 태양>은 사실상 서수연이라는 인물을 제대로 설득시키지 못한 면이 있다. 이 인물 역시 쉽지 않은 선택들을 통해 그 자리까지 왔다는 걸 보여주지 않았고, 그래서 마치 책상물림하는 국정원 요원이 살벌한 현장을 뚫고 나온 요원에게 칭얼대는 것처럼 보이게 했던 것이다.
이런 사정은 장천우라는 인물도 마찬가지다. <검은 태양>에서는 잠시 등장했다가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인물로 처리되지만 <뫼비우스>를 통해 보면 이러한 블랙요원의 현실은 이 드라마가 메시지로 내세운 ‘국정원 조직의 부조리’를 표상할 정도로 중요한 에피소드가 아닐 수 없다. 국정원에 배신당하지만 화학무기가 밀반입되면 벌어질 국가의 위기를 막기 위해 싸우게 될 장천우라는 인물과 그를 돕는 서수연의 서사는 그래서 <검은 태양>의 스핀오프로 따로 떼어져 만들어질 만큼 그 메시지가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뫼비우스>라는 스핀오프로 따로 떼어진 건 여러 의문을 남긴다. 원톱 남궁민을 중심으로 <검은 태양>을 끌고 가려는 의도였던 것 같기도 하고, 한지혁만이 아닌 서수연이나 장천우 같은 주변인물들까지 모두 설득력 있게 풀어나가는 서사가 실패한 것일 수도 있다. 흥미로운 건 <뫼비우스>를 따로 떼어내 서수연과 장천우의 이야기를 풀어내니 이들 캐릭터에 대한 공감과 몰입이 생겼다는 점이다. 더불어 연기력 논란까지 나왔던 박하선의 진면목이 보였고, 정문성이라는 배우의 진가 또한 도드라졌다. 심지어 본편보다 <뫼비우스>가 더 재밌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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