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탁 통편집, 무편집, 반편집...방송은 왜 일관성이 없는 걸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어디서는 통편집이고 어디서는 무편집이다. 게다가 편집이라고는 해도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 반편집 상태도 보인다. 최근 사재기 논란을 불러일으킨 영탁을 둘러싼 방송가의 일관성 없는 모습들이다. 보통 논란의 중심에 선 연예인의 경우 이미 찍어 놓은 방송분에서 편집되는 게 하나의 관례가 된 지 오래다. 또 해당 연예인은 물의를 일으킨 사실만으로도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영탁의 행보는 이와는 너무나 다르다.

지난 4일 영탁의 소속사 대표가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음원 사재기를 인정한 건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팬들에게는 커다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소속사 대표는 그것이 자신의 ‘독단적’ 진행이었을 뿐 영탁과는 무관하다고 말한 바 있다. “오랜 무명 생활 끝에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능력만으로 주목받게 된 아티스트에게 누를 끼쳐 미안한 마음”이라고 한 것. 여기서 방점이 찍히는 건 ‘자신의 능력만으로’라는 대목이다. 자신이 저지른 사재기가 영탁의 인기 요인이 아니라는 걸 강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런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의심하게 하는 폭로 보도가 등장했다. 소속사 대표와 사재기를 진행한 관계자가 나눈 메시지가 공개됐고, 그 단톡방에는 다름 아닌 영탁도 포함되어 있었으며 심지어 그 진행상황에 대해 영탁 자신도 응원과 박수가 담긴 이모티콘을 보낸 사실이 폭로되면서다.

물론 영탁은 이로 인해 불거진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자신은 “이미 수사기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이 건과 관련해 무혐의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제 스스로 더 냉철하게 주위를 살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점이 후회되고 죄송스러울 따름”이라고 사과했다.

그렇게 사실을 부인했지만 시청자들로서는 영 찜찜함이 남을 수밖에 없고, 분명한 건 음원 사재기를 한 건 모두 사실이라는 대목이다. 이것만으로도 영탁이 진정으로 사죄의 마음이 있다면 활동을 중단하고 자숙의 모습을 보이는 게 대중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게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면서 행사를 계속 이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당당함(?) 때문일까. 방송가도 영탁 녹화분에 대한 대응이 일관적이지 않다. KBS <불후의 명곡> 같은 프로그램에서는 영탁의 녹화분이 통편집 됐지만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에서는 아예 편집 자체가 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송이 됐다. 그런가 하면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에서는 전체 샷에서는 등장하지만 단독샷은 지워진 일종의 반편집을 선택했다. ‘있는 데 없는(?)’ 상태의 방송이 나온 것. 같은 사안이고 같은 연예인인데 어디는 통편집되고 어디는 무편집되며 어디는 애매하게도 반편집 되는 방송이 나오는 상황.

그런데 이런 애매한 행보는 과연 영탁에게 도움이 될까. 사재기에 대해 자신은 몰랐다고 주장하며 행사를 강행하고, 방송에서도 그의 모습들이 편집 없이 등장하는 건 너무 안이하고 무책임한 모습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다. 본인이 아니라고 해도 대중들이 납득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아닌가.

음원 사재기는 결코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것은 결국 누군가에게 피해로 이어지는 일이고 무엇보다 음원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다. 가수로서 직접 관련이 설사 없다고 하더라도 본인과 관련된 사안이라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대중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아닐까. 이건 방송도 마찬가지다. 반편집은 그렇다 치고 무편집으로 방송을 낸다는 건 제작진이 얼마나 이 사안을 가볍게 보고 있는가를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KBS, SBS, 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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