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기·막걸리 논란...끝없는 구설에도 영탁의 예외적 활동 괜찮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사실 어떤 구설이나 논란 하나만 벌어져도 연예인이라면 잠시 활동을 멈추는 게 정상이다. 진실이든 아니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영탁은 이런 연예계의 상식적인 흐름에서 빗겨나 있는 듯 보인다. 음원 사재기 논란으로 시끌시끌한 물의를 일으켰고, 최근에는 예천양조와 막걸리 상표 관련 문제로 또 다른 논란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영탁은 보란 듯이 활동하고 있다.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새 앨범을 준비 중이라며 “속이 뻥 뚫릴 만큼 시원한 곡”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 논란이 된 사안들을 보면 결코 가볍지 않다. 음원 사재기는 논란이 의혹이 아닌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소속사 대표가 사재기 혐의를 인정함으로써 음악산업진흥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송치된 것. 물론 소속사 대표는 혐의를 인정하면서 이 일이 독단적으로 진행된 것이었고 영탁은 관여한 게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당시 영탁과 이대표 그리고 영탁의 매니지먼트 권한을 위임받은 A씨 등이 주고받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한 매체를 통해 공개되면서 영탁 또한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의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물론 영탁은 이 사실을 부인했지만, 대중들에게는 그의 출연 자체에 대한 불편함이 남았다. 사재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후 KBS <불후의 명곡>,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 같은 프로그램에서 그 모습이 사라지거나 최소화된 건, 이런 대중들의 불편한 시선이 투영된 결과다. 그만큼 음원 사재기라는 사안은 업계를 교란할 수 있는 문제고, 동료 가수들에게도 피해가 고스란히 생길 수 있는 문제다.

이 사재기 논란에 영탁은 자신이 모델을 맡았던 막걸리 회사 예천양조와의 논란까지 겹쳐졌다. 영탁 측이 예천양조에 공갈미수, 협박 및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했지만 최근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오히려 이 조사과정에서 예천양조측은 “핵심쟁점이었던 영탁 모친의 3년 150억 요구, 돼지머리 고사 등이 사실로 밝혀졌다”고 밝혔다.

MBC <실화탐사대>가 공개한 영탁 모친의 자필 메모와 계약서 원본에 따르면, 영탁 막걸리뿐만 아니라 예천양조 전 제품의 로열티를 매년 50억씩 3년간 달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사실상 예천양조가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들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사실들이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 되면 예천양조가 굳이 ‘영탁’이라는 상표권을 위한 이 지난한 싸움을 고수할 이유가 있을까 싶지만, 이제는 상표권 분쟁보다 그 과정에서 벌어진 회사의 심각한 타격을 회복하기 위해 진실을 밝히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 예천양조 측은 “영탁 팬들을 중심으로 진행된 악플과 불매운동으로 인해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영탁의 소속사 측은 반박입장을 내며 이의신청 및 수사 심의 신청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대해 예천양조 측은 19일 가수 영탁과 그의 어머니를 상대로 형사고소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고소 이유는 사기, 업무방해, 허위 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및 무고 혐의다.

그 보도자료의 내용을 보면 이 사안이 단지 예천양조 하나만의 문제가 더 이상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전국 대리점 100여개의 폐업이 진행되는 등”의 피해 사실이 그걸 말해준다. 보도자료에서 주목되는 건 팬덤과 불매운동에 대한 거론이다. 예천양조 측은 영탁 측이 “막강한 수만 명의 팬덤을 바탕으로 오히려 ‘악덕기업’이라는 오명을 씌우고 불매운동이라는 집단행동”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영탁 공식 팬카페가 ‘언론기사를 담당하는 언론 대응팀, 유튜브 기사를 담당하는 유튜버 대응팀, 네이버TV를 담당하는 네이버 기사 대응팀을 결성하여 맹목적인 가수 영탁 옹호에 나서고 있다’고 지목했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일부 맹목적인 팬덤이 형성되면 해당 연예인들은 어떤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도 그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할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과연 든든한 팬덤을 가진 영탁은 예외적 존재일까. 이렇게 제기된 사안 자체가 중대하고, 일부 사안들은 사실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를 부인하면서 진실공방이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활동을 자숙하거나 자제하지 않고 계속 이어가고 있는 건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팬덤 또한 진정으로 스타를 위한 길이 무조건적인 지지만이 아니라는 걸 들여다봐야 한다. BTS의 팬덤 아미조차 때에 따라서는 BTS 소속사의 선택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도 하지 않던가. 그것이 결국 진정한 스타를 위한 일일 수 있으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채널A, MBC, 서울드라마어워즈, 예천양조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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