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매 무대가 레전드, ‘엄마는 아이돌’이라는 감동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아직 시작도 안했다. 하지만 메인댄서와 메인보컬을 선발하는 과정에서의 무대 하나하나가 레전드가 됐다. 그 무대에서 보이는 건 단순한 춤이 아니고 노래가 아니다. 다시 그 무대에 서기까지 그들이 걸어온 삶 전체가 보인다. 그래서 무대가 끝날 때마다 알 수 없는 가슴 벅참이 있다. 이것이 tvN <엄마는 아이돌>이라는 음악 프로그램이 주는 감동의 실체다.

<엄마는 아이돌>의 마지막 미션으로 에스파의 ‘Next Level’을 라이브로 춤과 노래를 소화하는 가희, 박정아, 선예, 별, 양은지, 현쥬니는 어느새 완전한 아이돌 그룹이 되어 있었다. 가희가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팀의 중심을 딱 잡아주고, 씩씩하고 밝은 에너지를 전해주는 박정아와 조용하지만 강한 선예가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며 무대를 압도한다. 댄스가 어느새 익숙해진 현쥬니와 아이돌로 전향해도 되겠다는 평을 받은 별 그리고 카리스마와 귀여움을 넘나드는 양은지가 절도 있게 맞춰 부르는 ‘Next Level’. 그 무대가 더 큰 감흥으로 다가오는 건 그간 이들이 이 완전체가 되기까지 해온 노력들이 그 한 무대에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처음 한 자리에 모여 엄마로서의 현실적인 얘기들을 나누며 공감하고 그러면서도 여전히 ‘아이돌’을 꿈꾸는 그 마음을 확인했던 그들이다. ‘연애 금지’가 아니라 ‘임신 금지’를 해야 한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육아에 자신이 마모되는 느낌을 받았던 그들은, <엄마는 아이돌>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조금씩 이미 레전드였던 자신들의 모습을 찾아갔다.

물론 이들을 지금 현재의 아이돌 트렌드에 비춰 냉정하게 그 현실을 들여다보고 인정하는 과정은 쓰라렸다. 팬들 입장에서 보면 이미 레전드였던 이들이 굳이 오디션 무대에 서서 평가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아프게 느껴졌을 게다. 하지만 그저 잠깐 한 자리에 모여 과거를 추억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 진짜로 다시 활동을 하는 아이돌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현실인식의 쓰라림은 일종의 통과의례처럼 제시된 면이 있다.

실제로 메인댄서와 메인보컬을 뽑는 미션에서 이들은 우리가 그간 봐왔던 모습과는 다른 또 다른 매력들이 발견됐다. 발라드 가수로만 여겼던 별이 아이돌 댄스를 추고, 보컬로만 주목됐던 현쥬니가 가희와 함께 메인댄서로 뽑힐 정도로 색다른 면모를 드러냈다. 또 부상으로 움직이는 것조차 고통을 느꼈던 선예는 무대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고통을 잊고 즐기며 춤을 추는 무대를 선사했다.

메인보컬 미션에서 단연 압도적이었던 건 가희의 재발견이었다. 우리에게는 가수보다는 댄서의 이미지가 더 강하고, 스스로 보컬에 자신이 없어 가수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가희였다. 하지만 박선주 마스터의 보컬 트레이닝을 통해 자기 목소리를 찾아낸 가희는 극강의 고음을 소화해야 가능한 소향 버전의 ‘바람의 노래’를 소화해내는 놀라운 무대를 선보였다. 또 성대결절로 인해 고음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졌던 현쥬니는 발성법을 바꿈으로써 마마무의 ‘데칼코마니’를 가성은 물론 랩까지 소화해내는 성장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제는 아이들과 씨름하는 엄마들이지만, 기회가 주어지고 무대에 대한 간절한 열망들이 더해지며 무엇보다 팀으로 결성되어 서로가 서로를 다독이는 연대의 힘이 만들어내는 변화. 그것이 아마도 <엄마는 아이돌>이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이유일 게다. 이들이 미션을 수행하며 매 무대가 끝날 때마다 눈물을 쏟아낸 건, 어쩌면 엄마라는 이름으로서 지워져갔던 자신을 무대 위에서 되찾아내려던 간절함과 그것을 이뤘을 때의 성취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들이 부를 데뷔곡의 제목은 ‘우아힙(WooAh HIP)’으로 그건 ‘우아하고 힙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엄마라는 경험을 통해 얻어진 삶의 깊이가 우러난다는 의미에서 ‘우아함’일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현재와 호흡할 수 있을 정도로 트렌디하다는 의미에서의 ‘힙’일 것이다. 노래 제목의 의미에서부터 묻어나는 것처럼, <엄마는 아이돌>은 엄마 같은 나이 들어가며 새로운 무게의 옷을 입고 일상에 지쳐 자신을 잃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남다른 위로를 건넨다. 그 시간들은 마모된 세월이 아니라 경험과 깊이를 통해 우아함이 더해진 것이고, 지금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언제든 힙해질 수 있다고.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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