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무대에 선 선예, 선미, 박진영이 아이돌들에게 전하는 말
아이돌이 나이 들어서도 계속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선예가 어린 나이에 결혼한다고 했을 때 사실 걱정도 많이 됐죠. 너무 어린 나이에 그것도 국민 그룹의 리더를 하다가 갑자기 가정생활, 그것도 타지에 가서 한다니까, 사실 당연히 응원해주고 하지만 걱정은 너무 많이 됐는데 사실 쉽지 않았겠죠. 저한테 말 못한 것도 많이 있었겠고. 선예는 책임감이 진짜 강해요. 그래서 자기가 내린 그 선택을 옳은 선택으로 만들고 싶었을 거예요. 삶의 모든 선택은 선택하고 나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선택이 좋았던 선택인지 안 좋았던 선택인지 결정이 되잖아요. 자기가 선택을 해놓고 그 선택을 좋은 선택으로 만들고 싶었을 거란 말이죠. 그러니까 얘 성격에 얼마나 악착같이 그걸 잘 살아냈을까 그런 게 다 합쳐지니까...”

tvN 예능 <엄마는 아이돌>에서 절친 콘서트에 선예의 절친으로 깜짝 등장한 박진영이 같이 밥 먹다 울컥했던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그 이야기를 듣던 이들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별은 선예의 그 마음을 이해해주는 그 말에서 자신이 위로받는 것만 같았다고 했고, 그 자리에 함께 선 선미도 선예도 눈가가 촉촉해졌다.

선예가 새로운 걸 그룹에 도전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무슨 얘기를 했냐는 이찬원의 질문에 박진영은 사실상 이 프로그램의 진짜 기획의도에 딱 맞는 답변을 내놨다. “전 그 때 딱 한 마디 했어요. 지금 이 걸 보는 수많은 엄마들 혹은 자기 삶이 여기까지구나 라고 체념하셨던 많은 분들에게 다시 한 번 용기를 줄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열심히 해라 그렇게 바로 얘기했죠.” 그러면서도 그는 관중들에게 사연이 아닌 실력으로 이 새로운 도전이 다가갔으면 하는 마음도 전했다. 그게 반칙이 아닌 정당한 노력에 의한 성취일 수 있어서다. 그리고 모두가 실감했듯이 박진영은 선예가 “생각했던 것보다 잘해서 깜짝 놀랐다”는 소회를 전했다.

사실이었다. 선예는 <엄마는 아이돌>에서 아이돌이 나이 들어 엄마가 되어도 여전히 음악을 계속 할 수 있고, 나아가 그 나이가 갖는 경험 등에서 묻어나는 감정 표현 같은 것들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걸 여러 미션을 통해 보여준 바 있다. 춤은 물론이고 특히 노래는 선미가 말한 대로 예나 지금이나 레전드였다. 홀로 솔로가수를 해도 충분할 만큼.

절친 콘서트로 마련된 이 무대에 선예가 과거 원더걸스로 함께 했지만 지금은 솔로로 자리를 잡은 선미와 같이 무대에 서서 ‘가시나’를 부르고, 또 과거 소속사 대표였던 박진영이 깜짝 등장해 선예와 ‘대낮에 한 이별’을 함께 부르며 이 모습을 이제 한창 활동 중인 아이돌들이 보는 광경은 그 자체로 주는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아이돌은 그 지칭에 담겨 있는 것처럼 ‘나이’가 장벽이 된다. 어느 정도의 나이가 지나면 더 이상 아이돌을 할 수 없다는 강박이 실제로 현재 활동 중인 아이돌들에게도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늘 자리하게 되는 것. 또 아무리 그룹으로 잘 활동하고 있다가도 결국은 어느 순간에는 각자가 헤어져야 하는 상황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안타깝게도 잊히기도 한다.

그런데 <엄마는 아이돌>이 마련한 절친 콘서트에 선예와 선미 그리고 박진영이 함께 서면서 보여준 건,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계속 저마다의 삶과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선미는 솔로가수로 자리를 잡았고, 선예 역시 엄마로서의 자기 선택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또 새로운 음악활동까지 할 수 있는 가수라는 걸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입증해보였다. 무엇보다 이런 각자의 길들을 존중해주고 지지해준 박진영이라는 남다른 어른의 모습 또한 이 무대에서는 발견할 수 있었다.

아마도 이 무대는 그걸 직관한 아이돌들에게 레전드로 다가오지 않을까. 그것은 압도적인 퍼포먼스와 노래의 무대라서가 아니라, 아이돌이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음악을 할 수 있고 저마다의 활동을 하며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걸 그 무대가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건 박진영이 말했듯 아이돌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엄마들 혹은 내 삶이 여기까지구나 라고 체념했던 모든 이들에게도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삶의 가장 밝은 순간은 과거의 한 때가 아니라 사실 우리가 매일 매일 마주하는 현재라는 걸 이 무대가 말해주고 있어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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