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꾼 도시여자들’, 드라마 콜라보 예능 역시 출연자가 중요해

[엔터미디어=정덕현] 드라마에서 튀어나온 걸까. 어떻게 드라마 속 캐릭터가 리얼 예능 속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을까. tvN 예능 <산꾼 도시여자들>에 등장한 <술꾼 도시여자들> 3인방, 한선화, 정은지, 이선빈이 산행에서도 여전한 매력을 선보였다.
<술꾼 도시여자들>에서 끼 부리는 요가강사 한지연을 연기했던 한선화는 산행 중에도 귀여운 ‘끼 부림’이 생활화된(?) 모습을 보여줬고, 엉뚱한 카리스마를 가진 강지구 역할을 연기한 정은지는 산행에서도 힘들어하는 이선빈을 끌어주고 밀어주는 든든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남다른 흥을 장착한 막내 이선빈 역시 드라마 속 예능작가 안소희가 튀어나온 듯한 매력을 선사했다.
무엇보다 <산꾼 도시여자들> 3인방의 조합이 좋았던 건, 세 사람이 달라도 너무 다른 성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것은 떠나기 전 음식점에서 만난 세 사람이 등산을 대하는 모습에서부터 드러났다. 등산이 익숙한 한선화는 자신이 산을 오르게 된 게 아이돌로 활동하며 관심받는 만큼 컸던 부담을 산행을 하며 털어낼 수 있었다며 그 경험을 동생들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고, 정은지는 산을 한 번도 오르지 않은 초보자라는 걸 드러내면서도 그래도 함께라면 시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선빈은 세 사람이 다시 모여 예능으로 그들의 새로운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는 데 대해 설렘을 드러냈다.

한선화가 등산에 익숙한 경험자로서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이 될 수 있게 해주는 대장 역할이라면 정은지는 그 대장을 잘 따라주며 시작 전부터 ‘낙오’ 선언을 했던 이선빈을 챙겨주는 허리 역할을 해준다. 이선빈은 힘든 산행 속에서도 주체할 수 없는 흥을 드러내는 ‘오락부장’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술꾼 도시여자들>에서 파생되어 나온 <산꾼 도시여자들>은 최근 예능에서 한 경향으로 자리 잡고 있는 스핀오프 예능이다. SBS <펜트하우스>의 빌런들이나,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언니들이 tvN <해치지 않아>에 출연해 그 매력을 리얼리티 예능으로 이어 보여준 그 방식의 또 다른 버전인 셈이다.
이들 스핀오프들이 재미 요소로 잡는 건 콘텐츠 속 모습과 상반되는 예능 속 친근한 모습의 대비효과다. 즉 <펜트하우스>에서 그토록 시청자들의 뒷목을 잡게 했던 빌런들이 시골집에서 마치 벌이라도 받듯 갖가지 노동을 하고,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카리스마 넘치고 세련된 춤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던 언니들이 역시 시골집에서 몸빼 바지를 입고 친근한 모습을 보이는 식이다.

하지만 <산꾼 도시여자들>은 등산을 소재로 하면서도 드라마 속 캐릭터와 예능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은 출연자들의 케미를 전면에 내세웠다. 산을 오르며 때론 티격태격하고 때론 서로 챙기며 힘겨워도 밝은 에너지를 잃지 않는 이들의 모습은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이 한껏 빠져들었던 캐릭터들의 매력을 고스란히 꺼내놓는다.
술도 빠지지 않는다. 출발 전 사전 모임에서 고깃집에 모여 즐겁게 맥주를 마시고, 고된 산행을 마치고 나서 내려와서는 막걸리로 흥을 돋운다. 코로나19로 야외 활동이 아쉬운 시청자들에게는 이만한 대리충족이 없다. 산을 오르고 내려오는 그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데, 함께 하는 이들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그들과 함께 산행 후 마시는 막걸리 한 잔까지 더해지니 말이다.

사실 예능에서 산행은 그리 낯선 풍경은 아니다. KBS <1박2일>이 툭하면 복불복으로 한 사람을 산행시키고 그 과정을 담는 일은 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산을 오르는 이들이 여성이라는 건 확실히 다른 차별점을 보여준다.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도 다르고, 산행 과정에서 보여주는 리액션들도 다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스핀오프 예능의 맛은 결국 어떤 출연자들이 나오느냐에 달려 있다는 걸 <산꾼 도시여자들>은 극명하게 보여준다. 똑같은 산행을 담는 리얼리티 예능이라고 해도, 한선화, 정은지, 이선빈이라는 저마다의 매력이 있는 그대로 묻어나는 출연자들이 있어 더 깊은 몰입감과 재미를 선사한다는 것. 심지어 드라마 속 캐릭터가 밖으로 튀어나온 듯한 실제 이들 모습의 매력이니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