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 밖은 유럽’, 뭘 안 해도 기분 좋아지는 예능이라니

[엔터미디어=정덕현] “진짜 그냥 여유롭다. 뭘 안하고 가만히 있는 게 익숙하신 분들이야 여유롭게. 왜냐면 우리는 오면 어떻게든 놀고, 여기서 북적북적한 것도 많고, 뭘 해야 된다는 것도 많은데...” tvN 예능 <텐트 밖은 유럽>에서 툰 호수를 뷰삼아 점심 식사를 하던 진선규는 그곳의 정경을 보며 감탄했다. 굉장한 일들이 벌어져서가 아니다. 거꾸로 무언가 특별한 걸 애써 하지 않는 여유로움을 느껴서다. 어디든 북적대고 바쁘게 살아가는 삶과는 정반대의 모습. 알프스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옥빛의 툰 호수를 그저 멍 하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진선규의 그 말을 들은 유해진이 자신이 취리히에서 봤던 걸 털어놓는다. “취리히에서는 큰 호수가 있잖아. 어떤 여자는, 시내에서 쇼핑 번화가가 있거든, 쇼핑 샥 하다가 남자친구한테 샥 옷 주더니 쑥 (호수에) 들어가는 거야. 그냥 너무 일상인거야.” 어디서든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서 아마도 그 천천히 흘러가는 자연의 속도가 그들에게도 스며들어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유해진의 이 이야기는 그 후에 벌어질 일을 생각해보면 그냥 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아니 어쩌면 아침 일찍 진선규와 윤균상 동생들을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할 수 있게 보내 놓은 후 7km 조깅을 하며 굳이 이곳을 찾아왔을 때부터 이미 유해진이 하고 싶었던 걸 슬쩍 꺼내놓는 이야기였을 게다. 수영복을 갈아입고 온 유해진은 그 시원한 옥빛 호수에 몸을 던지고 수영을 즐긴다. 그러더니 예상대로 수영할 생각이 전혀 없었던 진선규를 물에 빠뜨리고 윤균상 역시 물에 들어오게 해 함께 툰 호수를 즐긴다.

호수라고 하면 그저 바라보는 것이 우리의 습관에 녹아 있는 어떤 곳이지만, 이곳에서는 마음껏 뛰어들 수 있는 곳이라는 걸 유해진은 동생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던 게다. 그래서 슬슬 툰 호수에 한 명씩 빠뜨리더니 결국 제작진들까지 잠시 카메라를 놔두고 호수에 뛰어들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유해진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매력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즐거움을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도 알려주되 결코 억지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겪게 하는 부드러움. 그건 바로 인간미다.

물론 유해진의 이런 인간미는 이미 <삼시세끼> 어촌편에서부터 <스페인하숙>에 이르기까지 시청자들이 그를 좋아하게 만든 이유였다. 그는 특유의 서글서글한 얼굴로 때론 천연덕스럽게 아재 개그를 하고 때론 짐짓 서민의 애환을 담은 상황극을 끌어내며 웃음을 줬다. 시청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의 이런 따뜻한 인간미에 조금씩 스며들었다.

그런데 이번 <텐트 밖은 유럽>에서는 유해진의 이런 인간미에 진선규의 소년미가 더해졌다. 40대 중년의 나이지만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봐왔던 아우라 넘치는 카리스마와는 정반대로 한없이 순수하고 맑은 소년미가 그에게서는 느껴진다. 캠핑을 해본 적 없고, 영어도 익숙하지 않으며 패러글라이딩도 경험한 적이 없고 심지어 수영도 잘 못한다. 그런데 뭐든 처음 해보면서도 그런 새로움을 받아들이는데 있어서 진선규는 한없이 맑은 모습을 보여준다.

유해진과 툭탁 대며 형 동생 하는 아재 케미를 보여주고, 패러글라이딩을 할 때는 함께 탄 레토가 유해진이 해달라고 부탁했던 ‘빙글빙글’을 시도할 때 한껏 겁먹은(하지만 즐거워하는) 얼굴로 “프리즈”를 외친다. 그 얼굴은 영락없는 소년이다. 어딘가 새로움에 대한 겁도 나지만 또 즐거움을 만끽하는. 그래서 뭐 하나 잘 하는 것 없다고 스스로 자인하던 진선규가 캠핑도 하고 어색하지만 영어를 하며 패러글라이딩의 짜릿함을 만끽하고 유해진이 억지로(?) 잡아 끈 툰 호수에서 수영을 즐기는 모습은 이 예능 프로그램에 맑은 느낌을 더해준다.

사실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웃음의 강도로 보면 <텐트 밖은 유럽>은 그리 빵빵 터지는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저 멍하기 보고만 있어도 기분 좋아지는 시원시원한 스위스 캠핑의 풍광들이 있고, 무엇보다 애써 뭘 하지 않아도 편안하게 바라보고 듣게 만드는 유해진을 위시한 진선규, 윤균상이 있다. 물론 앞으로 어떤 드라마틱한 일들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아직 캠핑 베테랑이라는 박지환이 합류하지 않아 또 어떤 의외의 재미들이 생겨날 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미 보여주고 있는 유해진의 편안한 인간미와 진선규의 순수한 소년미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아끌고 있다. 이들을 따라가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질 것 같은 그런 느낌으로.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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