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이 대리하는 해외여행, ‘텐트 밖은 유럽’이 연 신세계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이제 솔솔 여행 예능의 바람이 다시 불 조짐을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 아예 차단되었던 해외여행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재개되고 있다. 엔데믹 분위기로 이제 대중들 역시 슬슬 여행에 대한 욕망이 피어나고 있는 상황, 아직 직접 실행에 옮기기에 물적으로 심적으로 부담이 있다면 여행 예능은 여기에 딱이다.

그런 점에서 종영한 tvN <텐트 밖은 유럽>은 이러한 대중들의 여행 욕구에 딱 부합한 여행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스위스 알프스에서부터 이탈리아 로마까지 가는 여정. 시작부터 저 산 위로는 만년설이지만 산 아래는 초록 가득한 스위스 알프스의 풍광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의 눈과 마음은 열릴 수밖에 없었다.

현지인처럼 조깅을 하고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호수에 땀에 젖은 몸을 식히고 자전거를 타고 이름 모를 낯선 작은 마을들을 달린다. 여기에 스위스에서 차로 이탈리아로 이동하면서 곳곳에 펼쳐진 그림 같은 풍광들을 마주하는 순간들은 그저 TV 화면을 통해 바라보는 것이지만, 마치 그곳을 실제 여행하는 듯한 즐거움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풍광이야 여행 전문 교양 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지만, <텐트 밖은 유럽>이 이 프로그램에 부여한 새로움은 일종의 ‘여행 정서’다. 누가 누구와 함께 어떤 방식으로 여행하느냐에 따라 같은 공간을 가도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 여행이 아닌가. 먼저 프로그램은 그저 유럽을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캠핑’이라는 콘셉트를 가져왔고 거기에 딱 어울리는 유해진, 진선규, 박지환, 윤균상을 출연자로 섭외했다.

이 중 진짜 캠핑 고수는 박지환 한 명뿐이었고, 나머지는 텐트 치는 것조차 낯선 캠핑 초보들이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캠핑 같은 콘셉트에 어울리는 ‘서민적이고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이들의 면면이다. 뒤늦게 박지환이 합류하기 전까지 어색하고 낯설 수 있는 이 캠핑 여행에서 유해진은 특유의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하며 동생들이 불편하지 않고 즐겁게 여행을 할 수 있게 배려했고, 그의 아재개그에 점점 적응하며 진선규는 첫 예능 출연이지만 화수분 같은 매력을 보여줬다. 여행 말미에 이르러 유해진과 진선규는 ‘유와 진’이라고 불릴 만큼 아재 콤비가 되었고, 마침 영화 <공조2>에서 호흡을 맞췄던 것처럼 향후에도 또 예능으로도 함께 했으면 하는 기대감까지 만들었다.

덩치는 가장 크지만 귀여운 막내로서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함으로써 형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윤균상은 물론이고 뒤늦게 합류했지만 캠핑 고수로서의 존재감과 의외의 ‘시인 감성’을 보여준 박지환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 출연자 조합이 중요했던 건 유럽 여행을 가고픈 대중들의 욕망을 대리해주면서도 이들이 몸에 밴 서민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을 부여함으로써 시청자들이 기꺼이 몰입할 수 있게 해줬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텐트 밖은 유럽>이 보여준 여행 예능의 새로운 결은 유와 진의 티키타카 같은 적당한 예능적 재미요소를 가미하면서도 지나치게 예능적 상황들에 집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신서유기> 같은 프로그램이 심지어 해외까지 나가지만 여행지의 맛이 생각보다 잘 느껴지지 않는 건 이 프로그램이 여행 보다는 거기 간 출연자들의 케미에서 만들어지는 재미에 더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롯이 출연자들의 대리해주는 여행을 만끽하고픈 시청자들이라면 <텐트 밖은 유럽>처럼 너무 예능적 재미에 집중하지 않고 여행지의 매력을 담담히 담아내는 프로그램이 훨씬 몰입감을 줄 수 있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이니 재미 요소가 전혀 없으면 곤란해진다. 그런 점에서 보면 끝없이 아재개그를 던지는 유해진이나 새소리 같은 의외의 재능을 보여주는 진선규, 그리고 이들이 척척 맞춰가는 톰과 제리 같은 기분 좋은 티키타카는 <텐트 밖은 유럽>이 여행을 소재로 하는 교양 프로그램이 되지 않게 해준 중요한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실로 유해진과 진선규가 있어 더할 나위 없는 여행 예능이었다. 이들이 또 다른 곳에서 콤비로 여행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질 정도로. 배우들을 세운 여행 예능 프로그램들이 이제 봇물을 이룰 조짐을 보이고 있는 현재, 이 프로그램은 괜찮은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여겨진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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