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마우스’의 질질 끄는 스토리에 이종석·임윤아 존재감도 흐려져

[엔터미디어=정덕현] 끌어도 너무 끈다. 도대체 빅마우스가 누구인가 하는 그 질문 하나로 거의 11회 분량을 끌고 온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MBC 금토드라마 <빅마우스> 11회 엔딩에서는 전혀 의심하지 않았던 노박(양형욱)이 진짜 빅마우스로 모습을 드러냈다. 박창호(이종석)가 빅마우스에게 정체를 드러내라고 최후통첩을 하고 그래서 그 자리에 나타난 게 바로 노박이었던 것.

하지만 이 장면은 어딘가 익숙하다. 빅마우스에게 직접 모습을 보이라고 박창호가 카드로 메시지를 날렸을 때 전 교도소장 박윤갑(정재성)이 나타났던 장면이 그것이다. 시청자들은 박윤갑이 진짜 빅마우스인가 오해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드러났다. 박윤갑은 빅마우스의 하수인 표식인 문신을 하고 있었지만, 그 정체를 그도 모르고 그저 지시에 따르는 인물일 뿐이었다.

그렇다면 이번에 그 자리에 나타난 노박은 과연 진짜 빅마우스가 맞을까. 그 역시 박윤갑처럼 하수인을 아닐까. 워낙 빅마우스 정체를 갖고 시청자들과 밀당을 해왔던 터라, 박창호가 놀라며 “당신이 진짜 빅마우스?”라고 묻는 장면에서 의심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다. 노박은 박창호의 질문에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않았고, 11회는 그렇게 마무리됐다.

이 드라마가 지금껏 흘러온 스토리의 패턴이 이제는 시청자들에게 익숙해졌다. 매 회 도대체 빅마우스의 정체가 누구인가를 두고 스토리가 전개되다 마지막에 가서 정체를 드러낼 듯 보이다가 다음 회로 넘기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심지어 진짜 빅마우스인 것처럼 오인하게 만들고 다음 회에서 뒤집는 경우도 등장했다.

더불어 사망한 서재용(박훈) 교수의 논문이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가와 그 논문과 관련해 재소자들에게 행해지고 있는 실험이 무엇인가 거기에 병원과의 커넥션은 어떻게 이어져 있는가에 대한 궁금증도 좀체 드라마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변죽만 계속 울릴 뿐이다. 고미호(임윤아)가 재소자들의 혈액을 검사하는 과정만 11회 내내 채워졌다.

또 모범수들이 밖으로 수상한 작업을 나가는 걸 고기광(이기영)과 김순태(오의식)이 추적하는 장면이 나왔지만, 결국 그들은 재소자를 태운 차량을 놓치는 모습만을 보였다. 또 재소자들이 어딘가 은밀한 곳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보여줬지만 그들이 거기서 뭘 하는지는 여전히 보여주지 않았다.

이런 식이다. 스토리가 빠르게 진척되는 것이 아니라 변죽만 울리며 시청자들의 궁금증과 의심을 부추기는 것. 하지만 한두 번이면 그러한 궁금증 유발이 흥미로울 수 있어도, 매 회 반복되는 건 시청자들도 지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정체된 스토리 속에서 애초 강렬한 존재감을 보였던 박창호나 고미호 같은 주인공들의 면면도 흐릿해진다는 점이다. 사실상 비슷한 상황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다 보니 인물들이 겪는 상황들에 대한 긴장감이나 쫄깃함이 사라지는 것.

16부작인 <빅마우스>는 이제 겨우 5회가 남았다. 지지부진하게 이야기를 질질 끌고 있어 슬슬 열혈 시청자들도 지쳐가는 이 상황을 나머지 5회 분량을 통해 뒤집어 놓을 수 있을까. 만일 별 것도 아닌 사건의 진상으로 그저 시청자들을 궁금하게 만들어 질질 끌어오기만 했다면 자칫 역풍이 불 수 있다. 본격적으로 스토리 전개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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