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사’, 시청자들이 이보영의 거침없는 행보에 빠져든 이유

[엔터미디어=정덕현] 결국 이보영이 해냈다. JTBC 토일드라마 <대행사>가 8회 만에 11.9%(닐슨 코리아) 두 자릿 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에 전작이었던 <재벌집 막내아들>이 무려 26.9% 최고시청률을 내며 화려한 부활을 예고했던 JTBC 드라마를 <대행사>가 이어받게 됐다.

사실 유독 드라마 시청률에 목말랐던 JTBC였다. 지난 2년 간 <나의 해방일지> 정도의 드라마를 빼놓고는 이렇다 할 시청률도 화제성도 일으키지 못하는 부진의 늪에 빠졌었기 때문이다. 물론 완성도 높은 드라마가 없던 건 아니었지만, 대중성에서 이렇게 밀리게 된 부분은 JTBC로서는 뼈아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였던 걸까. 올해 들어 JTBC 드라마는 그 라인업이 상당히 달라졌다. 대중들의 정서를 잡아끄는 매력적인 포인트들이 눈에 띄고 무엇보다 작품들이 느슨함을 벗어나 ‘각이 잡힌’ 느낌이 역력하다. <재벌집 막내아들>이 회귀물을 통해 대중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면서 여기에 시대를 추억하게 만드는 복고적 감성까지 얹어 놓음으로써 젊은 세대부터 중장년까지 폭넓은 호응을 얻어냈다. 특히 중장년 세대들의 수다에 오르게 된 건 이 작품이 신드롬급 인기를 끌게 된 이유였다.

<대행사> 역시 이러한 파괴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일단 작품의 설계부터가 서민들이 갖고 있는 ‘을의 반격’이라는 판타지를 자극한다. VC그룹 최초로 여성 임원 자리에 오르지만, 스펙도 없고 연줄도 없으며 나아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1년짜리’ 시한부(?) 임원 자리였다는 걸 일찌감치 알아버린 고아인(이보영)이라는 인물은, 낙하산으로 내려온 재벌가 딸 강한나(손나은) 앞에서도 “모르는 거 많으실 테니까 앞으론 물어보면서 일하세요. 아무 것도 모르면서 시키지 않은 일 하다가 괜히 사고치지 마시고.”라며 한 발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을의 대변자 같은 위치에 서게 된 고아인과 그를 따르는 제작팀 사람들의 고군분투는, 기득권 세력인 최창수(조성하)나 재벌가 낙하산 강한나(손나은) 같은 이들을 시시각각 무너뜨리려는 이들 속에서 시청자들을 응원하게 만든다. 특히 도무지 이겨낼 수 없을 것 같은 저 기득권자들의 압력 앞에서 오로지 실력으로 저들과 맞서며 팽팽하게 버텨내는 고아인의 면면은 시청자들을 더욱 빠져들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또 고아인의 운명을 좌우할 우원그룹 기업PR 광고 경쟁은 도대체 광고주의 의도가 무엇인가를 파악해내야 하고, 그걸 실현해내기 위해서 콘셉트를 찾아야 하는 일종의 ‘미션’을 제공하고, 시청자들은 고아인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 것인가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리고 다소 엉뚱하지만 도전적인 해법들이 고아인에 의해 제시될 때 시청자들이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제시된 해법도 시청자들이 공감할 만큼 그럴 듯하다. 우원 회장(정원중)의 보석 허가를 원하는 광고주의 의도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여론을 만들어야 하는데, 고아인은 그 해법을 ‘법은 완벽하지 않다’라는 카피를 내세워 법에 의해 억울함을 당한 이들의 이야기를 광고에 담으려 한다. 즉 그 억울한 이들의 사연을 공감시켜 여론을 만들고, 그것을 통해 우원 회장 보석 허가에 유리한 상황을 유도하겠다는 것. 그저 그런 기업 PR을 준비한 기획팀 최창수와는 사뭇 다른 접근방식만으로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아끄는 대목이다.

결국 JTBC 드라마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건, 마치 <대행사>의 고아인의 광고 전략처럼, 대중들이 갖고 있는 정서를 잘 파악하고 집중 공략한 데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JTBC드라마는 이제 잘 잡아놓은 이 흐름을 향후에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주목해서 볼만한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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