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KBS 드라마 맞아? 아니 이게 KBS 시대극이었지!

[엔터미디어=정덕현] 이거 KBS 드라마 맞아? KBS 새 월화드라마 <오아시스>를 본 시청자들은 그런 생각이 들 법하다. 어딘가 제작비 부족이 여실히 느껴지곤 했던 KBS 드라마들과 달리, <오아시스>는 스케일도 때깔도 다르다. 등장부터 이두학(장동윤)과 최철웅(추영우)이 교복을 입고 대규모 축제에서 고적대를 이끄는 오정신(설인아)을 처음 만나는 장면이 그렇고, 마치 영화 <친구>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만드는 이 젊은 청춘들이 거리를 질주하는 장면이 그렇다.

그런데 조금 생각해보면 이게 바로 과거 KBS가 잘 그려내곤 했던 시대극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을 갖게 된다. 그러고 보면 KBS가 제대로 된 시대극을 보여준 게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제작비 부담 때문에 KBS의 히트 아이템이었던 대하사극도 제작이 한 동안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 하반기 드디어 <고려 거란 전쟁(가제)>로 10년 만에 KBS 대하사극이 컴백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 등장한 <오아시스> 같은 시대극은 KBS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를 갖게 만든다.

<오아시스>가 첫 방송을 통해 보여준 건, 이 드라마가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청춘들의 사랑과 우정에 대한 이야기일 거라는 점이다. 거기에는 집안 차이에서 비롯된 최철웅과 이두학의 엇갈린 우정과, 그 사이에 들어오게 된 오정신에 의해 생겨난 사랑과 질투가 들어 있다. 전교 1,2등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최철웅과 이두학은 같은 학년이지만 이두학이 한 살이 많은 형이다. 하지만 이두학은 최철웅의 할아버지에게 은혜를 입어 그 집안에 머슴을 자처하며 살아가는 아버지 이중호(김명수)때문에 늘 최철웅의 한 발 뒤편에 서 있는 존재로 살아간다.

심지어 이중호는 아들에게 최철웅을 불편하게 하지 말라고 종용하고, 그럼에도 전교 1등을 하자 농고로 전학시켜 버린다. 아버지 때문에 앞길이 막혀 오정신을 좋아하지만 그 역시 밀어내려 한다. 하지만 오정신이 이두학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너라고 고백하고, 그걸 최철웅도 보게 되면서 이 세 사람의 우정 사이에 균열이 생긴다. 그리고 최철웅의 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감옥살이까지 하게 되는 이두학의 이야기는 향후 이들이 격동의 80년대 속에서 어떤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물론 청춘들의 사랑과 우정을 중심 서사로 잡고 있지만,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80년대의 격변기라는 설정은 <오아시스>가 당대를 읽어내는 시대극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보안사 출신 정권 실세인 황충성(전노민)과 철웅의 아버지이자 독립운동가 집안으로서 야권 성향의 최영식(박원상)이 대결구도를 만들고, 이들의 대립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80년대 광주 민주화운동과 신군부의 등장이라는 역사의 상처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그 상처는 다름 아닌 이두학이나 오정신 그리고 최철웅 같은 당대의 청춘들을 통해 그려질 테고.

이제 겨우 밑그림을 그렸을 뿐, 아직 본격적인 서사는 진행되지 않았지만 <오아시스>가 기대만큼 부응하기를 기대하는 건, 이것이 어쩌면 KBS 같은 공영 방송이 해야 할 드라마의 본령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물론 제작비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지만, 시대극이나 사극 같은 역사를 담는 드라마들은 그 자체로 공영적 가치가 분명할 수 있어서다. 과연 <오아시스>는 그간 가뭄을 넘어 사막처럼 메말라가던 KBS 드라마의 오아시스가 되어줄 수 있을까. 공영방송에서 기대하는 시청자들의 갈증 또한 해갈해줄 수 있는 그런 <오아시스>이길 바란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