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택시’ 시즌2에도 여전히 잘 달리는 이유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는 드라마 구성으로 봤을 때 그렇게 모범적인 드라마는 아니다. 특히 수사물의 관점에서는 그러하다. 사건 해결의 과정이 소년만화 수준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당황스러운 순간들이 종종 있다. 허나 이런 부분들은 <모범택시>에서 약간의 아쉬움일 뿐 채널을 돌릴 정도는 아니다.
게다가 무지개 택시 운전기사 김도기(이제훈)가 특유의 BGM과 함께 출동해 단번에 범죄자들을 처단하는 장면은 은근 통쾌한 맛이 있다. 구구절절하게 설명하지 않고, 탁 쳐버리고 끝내버리고 다음 사건으로 후딱 넘어가는 느낌.
사실 <모범택시>는 시즌2에서도 수사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리는 데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대신 <모범택시>는 지금 한국에서 어떤 사기범죄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시청자에게 충실하게 전달하고자 한다.

특히 <모범택시> 시즌2의 첫 에피소드 해외취업 사기는 해외로케 장면까지 공들이면서 꽤 스펙터클하게 그려졌다. 실제로 지금의 사이버범죄는 국내외가 얽혀 있는 복잡한 구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범죄자들 밑에서 개발자가 인터넷도박프로그램을 만드는 전개 등은 <모범택시>의 제작진이 최신 범죄들에 대해 꽤 꼼꼼히 조사한 티가 나는 부분이기도 했다.
물론 <모범택시2>의 수사과정은 해커 안고은(표예진)이 몇 차례 컴퓨터를 두드리고 최주임(장혁진)과 박주임(백유람)이 범죄 현장을 몇 차례 염탐하면 끝나는 게 전부다. 여기에 김도기가 몇 번 움직이며 나쁜 놈들을 때려눕히면 끝이다. 당연히 얄팍하다.
그렇다고 <모범택시2>가 모든 걸 날림공사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이 시대의 사기가 어떤 조직에서 어떤 방식으로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다른 드라마들에 비해 디테일하게 추적한다. 사기 범죄 집단이 어떻게 피해자를 현혹시키는지 이후 피해자나 그 주변인의 비참한 삶을 보여주는 장면에도 꽤 공을 들인다. 초반 에피소드인 해외취업 사기 정도로 스펙터클하진 않지만, 이후에 보여준 떴다방사기나 부동산 범죄 역시 그 구조를 설명하기 위해 애쓴 흔적들이 엿보인다.

하지만 드라마가 다큐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최주임과 박주임 등을 통해 종종 코믹한 양념을 곁들인다. 김도기 역시 멋진 해결사로 돌변하기 전까지 가끔은 지질해 보일 정도로 망가지면서 코믹 역할을 소화한다. 사기 범죄에 대한 현실감 있는 디테일과 코믹한 양념이 제법 잘 어우러져 이질감이 없는 것도 이 드라마의 매력이다.
또 김도기를 비롯해 무지개운수의 캐릭터들 역시 친근감 있으면서 유니크한 매력이 있는 존재들이다. 개그캐인 동시에 능력캐인데 나름 이 조화가 잘 어우러진 존재들인 것이다. <모범택시>는 시즌제 드라마가 사랑받으려면, 무엇보다 주인공과 그 주변인물들이 매력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모범택시> 시리즈는 매력적인 캐릭터의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로 범죄 르포와 코미디를 적절하게 결합하면서 기존의 수사물과는 다른 독특한 재미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물론 <모범택시2>는 사건 해결 과정에 이르면 B급 히어로물 판타지로 확 꺾이는 감도 있다. 허나 곰곰이 생각하면 사기범죄자들을 때려잡는 판타지식 속전속결 해피엔딩은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 실제 사기사건에서 피해자가 받게 되는 경제적, 심리적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시청자들에게 그 암담함 결말까지 전달할 필요는 없는지도 모른다. 차라리 나쁜 사기범들을 시속 200km의 속도로 일망타진하는 판타지로 질주하는 게 모두에게 즐거운 일일지도.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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