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잘 되던 가게도 사장이 손님 다 쫓을 수 있다?

[엔터미디어=정덕현] “되어 있는 게 있긴 한데 다시 해드릴까요?”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동작구 상도동 골목의 하와이언 주먹밥집 사장님의 그 말에 백종원은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그 집은 백종원이 직접 찾아가기 전 모니터를 통해 보면서도 너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할만한 요소들이 많았다.

국숫집을 했었는데 2년 정도 장사가 잘 되다가 2년 전부터 갑자기 매출이 줄기 시작했다는 것. 그래서 메뉴를 바꿔보려 고민하다 두 달 전 무스비(하와이에서 먹는 햄을 얹은 초밥)를 주력메뉴로 선택했다고 했다. 그런데 두 달 전 메뉴를 바꾸고도 간판은 여전히 ‘국수’를 달고 있었다. 게다가 손님이 오면 그 때 바로 음식을 만들어 내주는 게 아니라 미리 만들어놓은 음식을 마치 백화점 가판대에서 팔 듯 내주면서도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백종원은 사장님의 그런 마인드가 이 가게가 처한 어려움의 원인일 수 있다는 걸 곧바로 알아차렸다.

“사장님 장사 진짜 이렇게 하세요? 콘셉트예요? 내가 손님이라고 하면 진짜 이렇게 얘기해요?” 4시간 50분 전에 만들어 놓은 무스비를 별 거리낌 없이 손님에게 내주는 사장님은 그게 무슨 잘못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손님들이 오면 그냥 그렇게 만들어 놓은 걸 내준다는 것. 결국 답답해하던 백종원이 한 마디를 했다. “야 사장님 진짜 장사 너무 심하게 하시는구나. 이러면 안돼요. 손님한테 이렇게 얘기하면. 어떤 손님이 만들어 놓은 거 준다고 하면...”

아마도 당연하다 생각했던 자신의 행동이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사장님은 그제서야 느꼈을 게다. 그건 손님 입장에서 생각해보지 않았던 데서 생겨난 문제였다. “이러면 안돼요. 이렇게 하시면 이거는 말이 안돼요. 이거는 방금 만들어 놓은 거라고 하더라도... 만약에 그러려면 아 손님 방금 만들었는데 이거 드릴까요? 그래도 기분 나쁠 텐데...” 백종원의 말은 사실이었다. 굳이 오픈형으로 키친을 만들어 투명하게(?) 음식 만드는 걸 손님들께 보여주겠다고 차려놓고 미리 만들어 놓아 언제 만든 건지 알 수 없는 음식을 파는 건 어딘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였다.

사장님은 뭐가 문제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2년 전부터 잘 되던 국수집 매출이 뚝 떨어지게 된 이유를 몰랐고, 그래서 메뉴를 바꿨다는 건 문제가 메뉴에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는 얘기였다. 게다가 코로나까지 겹치니 더 어려운 상황을 만나게 됐다고 사장님은 치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놓은 음식을 시식하기도 전에 “먹기 싫다”고 말하는 백종원은 이 집의 문제가 바로 그 사장님의 마인드에 있다는 걸 지적했다.

간판을 바꾸지 않은 이유를 묻자 “게을러서”라고 말하는 사장님은 그것도 모자라 홀에 손님이 앉을 자리를 모두 빼버렸다. 이유는 공간이 협소해서란다. 그것은 특이한 경영 방식(?)인 양 했지만 사실은 백종원의 말대로 “손님을 전혀 배려 안하는 사장님 편의 위주”의 선택들이 아닐 수 없었다.

2년 전부터 갑자기 매출이 뚝 떨어진 그 이유도 백종원은 사장님 때문이 아닐까 추정했다. 본래 아내 사장님이 국수집으로 장사를 잘 해왔는데 2년 전에 바로 옆에서 전파사를 하다가 남편 사장님이 합류하게 됐다는 것. 물론 자신 때문에 장사가 어려워졌다는 걸 인정하진 않았지만 손님들과 소통을 원활히 했던 아내와 달리 자신은 그걸 잘 못했다는 걸 그 역시 인정했다.

이번 <백종원의 골목식당> 하와이언 주먹밥집의 사례는 잘 되던 가게도 사장님이 어떻게 손님들을 대하고 배려하느냐에 따라 장사를 망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사실 장사라는 게 음식을 판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 음식 플러스 알파가 아니라 음식은 당연한 거고 알파가 커요. 감성 장사인데..” 음식이 제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손님을 배려하지 못하는 장사는 어렵다는 것. 예고에 슬쩍 나온 것처럼 백종원이 내놓은 음식을 시식하기도 전에 싫다고 한 데는 더 구체적인 이유가 있었을 법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그 태도에 있지 않았을까 싶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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