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자매’, 비상식적 설정과 하소연만 가득...주말극이 왜 이래

[엔터미디어=정덕현] 이번에는 광남(홍은희)의 임신인가? KBS 주말드라마 <오케이 광자매>에서 배변호(최대철)와 이혼한 광남은 잦은 헛구역질에 임신테스트기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멍한 표정으로 그 테스트의 결과를 바라봤다. 애초 배변호가 세 번 결혼할 상이라는 어머니 지풍년(이상숙)의 이야기와, 헤어지는 마당에 두 사람이 서로를 껴안는 그 장면에서부터 어딘가 예고됐던 일이었다. 그런데 과연 광남은 임신한 사실을 통해 다시 배변호를 찾을 것인가.
<오케이 광자매>에서 광남과 배변호의 이야기는 그 설정 자체가 이상하다. 상식적이라고 보기가 어렵다. 배변호는 누군가와의 하룻밤으로 늘 임신을 시키는 인물이다. 밥 안 해주는 아내 때문에 자주 찾아갔던 밥집에서 술에 취한 배변호를 모텔로 데려갔던 마리아(하재숙)는 그 후 아기를 갖게 되고 결국 낳는 날에 배변호를 불렀다. 아기 아빠라는 사실을 알리며 마리아는 이로써 배변호를 집안으로 끌어들였고 결국은 이혼까지 하게 만들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배변호는 피해자다. 그는 술에 취해 있는 상태에서 마리아에 의해 관계를 맺게 된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드라마는 배변호를 피해자의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 임신을 했다는 그 결과만으로 그 과정에서 ‘강제된 관계’를 맺은 마리아를 마치 피해자처럼 그리고, 그래서 배변호가 책임을 지게 만든다.
여기에는 임신을 바라보는 문영남 작가의 이상한 관점이 투영되어 있다. 물론 아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인다는 설정이 되어 있긴 하지만, 이혼과 결혼이 어찌 갑자기 생긴 아기 때문에 결정할 수 있는 일인가. 아기를 갖게 됐다는 사실만으로 배변호가 이러한 태도와 선택을 하는 건 정상적인 일인가.
그런데 이번에는 어쩌다 하룻밤에 광남이 아기를 갖게 되는 설정으로 흘러간다. 예고편에 살짝 등장한 장면이지만, 광남은 배변호를 찾아가 임신테스트기를 내민다. 그런데 그 표정이 마치 아내가 남편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는 것 같은 모습이다. 그들은 이미 이혼했고, 남편은 재혼까지 한 상황이다. 과연 이번에도 광남의 임신은 배변호의 발목을 잡을 것인가.

<오케이 광자매>의 광남과 배변호 그리고 마리아의 이야기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소외된 존재는 아기들이다. 여기서 아기들은 사랑의 결실이 아니라 상대방을 붙잡아 두려는 볼모로 활용된다. 마리아는 배변호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 볼모를 만들고, 광남은 하필이면 헤어지는 마당에 관계를 맺어 생긴 아기를 배변호에게 알림으로써 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특히나 이상한 캐릭터들이 너무 많은 주말극이다. 그것은 작가가 꾸려놓은 설정 자체가 기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드라마는 인물들의 끝없는 하소연으로 채워진다. 자신이 그렇게 이상하게 행동했던 것들이 ‘사실은 이래서 그랬다’고 하소연을 쏟아낸다. 광남이 그랬고, 광식이(전혜빈)이 그랬으며 광태(고원희) 또한 막내로서 소외됐던 때의 상처를 하소연한다. 그러면 그 이야기에 주변인물들이 안타까워하며 고개를 끄덕여준다. 하지만 시청자들도 그럴까. 그 하소연은 마치 이 이상한 설정에 대한 변명처럼 들리는 면이 있다.

<오케이 광자매>에 담긴 이러한 이상한 설정들이 그저 웃고 넘길 수 없는 이유는 거기 담겨진 시대착오적인 생각들 때문이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상대방을 모텔로 데려가 아기를 갖고는 이를 통해 한 가정을 파괴하는 이야기나, 아기 때문에 이혼을 선택하고 심지어 그 시어머니는 이런 선택을 종용하는 이야기, 게다가 헤어지는 마당에 굳이 관계를 맺어(이 상황도 사실 상식적이지는 않다) 아기를 갖게 된 후 다시 전 남편을 찾는 이야기는 이 시대에는 공감하기 어려운 대목들이다.
물론 대가족의 삶이 해체되고 있는 요즘, KBS주말드라마가 그리는 가족드라마는 현실이라기보다는 판타지에 가깝다. 오히려 단란하고 건강한 가족의 모습이 달라진 시대에도 가능하다는 걸 판타지로나마 보고 싶은 것. 하지만 <오케이 광자매>는 시대에 역행하는 퇴행적인 사고방식까지 담고 있다. 가뜩이나 답답한 현실에 어딘가 이 시대에 바람직한 편안한 가족극을 원하는 KBS 주말극의 고정적인 시청자들로서는 더 답답해지는 이야기들이 아닐 수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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