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자매’, 하재숙 하차는 홍은희·최대철 재결합을 위한 수순인가

[엔터미디어=정덕현]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마리아(하재숙)가 결국 허무하게 사망했다. 신혼여행 첫날밤, 화장실을 두드려도 나오지 않는 마리아는 쓰러진 채 발견됐고, 이를 발견한 배변호(최대철)가 급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사망했다. 곧바로 마리아의 장례가 치러졌고 그에 대한 미안함으로 술을 퍼마시는 배변호의 모습이 잠시 등장했지만, 이제 스스로 아이를 키워야 하는 육아의 현실이 이어졌다. 배변호의 어머니 지풍년(이상숙)은 육아 갈등으로 떠나고, 배변호 홀로 아이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 터진 것. KBS 주말드라마 <오케이 광자매>는 그렇게 마리아를 떠나보냈다.
그런데 이런 갑작스런 사망을 통한 마리아라는 인물의 하차는 시청자들에게는 황당하고 다소 불편하게까지 느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었다. 아무런 전조나 복선도 없던 상황에 제아무리 드라마라고 해도 갑자기 한 인물을 사망하게 만든다는 건 너무 작가의 작위적 의도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 의도는 마리아의 사망 후 아이를 안고 회사까지 왔다가 길거리에서 생선배달을 온 광남(홍은희)을 만나는 장면에서 어느 정도 드러난 면이 있다. 시청자들은 마리아의 갑작스런 사망이 결국 배변호와 광남의 재결합을 위한 수순이 아닌가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됐다.

물론 배변호와 광남의 재결합은 시청자들이 원하는 전개이긴 하다. 즉 어쩌다 술에 취해 마리아에 이끌려 모텔에 갔던 하룻밤으로 아이를 갖게 된 배변호가 광남과 이혼하고 마리아와 살게 됐지만, 이런 상황이 시청자들에게 그다지 좋게 보일 수는 없었다. 광남이 평소 배변호를 잘 대해주지 못했고 또 아이도 거부했던 사실이 있지만, 이혼 후 그 역시 이를 후회하는 모습을 자주 드러냈고, 배변호 역시 광남을 자꾸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재결합을 원한다고 해도, 너무 쉽게 마리아라는 인물의 사망으로 국면 전환을 하려하는 건 이 인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드라마 속 캐릭터라고 해도 작가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건 그만한 개연성의 법칙을 따라야 하는 것이고, 그런 사건이 충분히 납득될만한 공감대를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면 마치 신적인 작위적 개입을 작가가 한 것이 드러날 수밖에 없어서다.

돌이켜 보면 결국 이렇게 아이만 남기고 황당한 죽음으로 하차하게 된 마리아라는 인물은 철저히 배변호와 광남이라는 주인공들이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그 과정을 위한 갈등의 요소로서 드라마에 기능한 것처럼 보인다. 갑자기 아이를 안고 등장했고, 배변호와 광남을 갈라서게 만들었으며, 때때로 뻔뻔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뒷목을 잡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다 갑자기 사망함으로써 배변호와 광남의 향후 관계 진전을 위해 하차하게 된 것.
이러니 마리아를 연기한 배우 하재숙의 ‘서러움’이 없을 수 없다. 그가 SNS에 올린 심경 글을 보면 ‘실제의 나와 그녀의 엄청난 간극(!!??)’ 그는 지치고 힘들었다고 했다. 왜 그렇지 않았을까. 여러 면모를 두루 보여주기보다는 다소 극단화되어 있는 캐릭터를 계속 끄집어냈어야 했으니 말이다. ‘지독한 외로움과 열등감’을 끄집어내야 하는 그 인물은 그로 인해 하재숙이 가진 ‘도덕적 신념’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으로 욕을 먹어야 했지만, 그가 연기해야 하는 인물로서 적어도 자신만큼은 ‘이해하고 보듬어주려’ 애썼을 테니 말이다. 그런 인물이 그 어떤 자신을 위한 변명이나 토로조차 없이 갑작스럽게 황망한 죽음을 맞이하게 됐으니 그 마음이 어떻겠나.

물론 드라마라는 작품의 세계는 작가가 구축하고 그 안의 인물들 역시 작가가 창조해내는 것이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세계와 인물이라고 해서 작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미 내놓은 인물은 저마다의 개연성에 맞는 동력과 방향이 있기 마련이고, 그 흐름에 대한 공감대가 시청자들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개연성을 만들기 때문이다. 마리아의 갑작스런 사망 하차에 시청자들이 황당해하고 불편해하는 건 이 인물에 대한 배려가 별로 느껴지지 않아서다. 하차를 한다고 해도 꼭 이런 방식이었어야 했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관련기사
- 이번엔 홍은희 임신? 아기를 볼모 삼는 ‘광자매’의 이상한 관점
- ‘광자매’ 빛내는 김경남, 시청자 뒷목도 확 풀어드립니다
- 시청률 30% 돌파 ‘광자매’, 역대급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 등극
- ‘광자매’, 그저 미친 딸들에서 오광 복덩이로 바뀔 수 있을까
- 본격 결혼 만류 드라마? ‘광자매’가 그리는 가족의 씁쓸한 양태
- ‘광자매’ 김경남과 전혜빈을 그냥 사랑하게 해주면 안 되나요?
- ‘광자매’ 피곤한 4각관계, 그냥 겹사돈하지...때가 어느 때인데
- 졸지에 좀비처럼 된 노주현·하재숙·박은석, 누구의 책임인가
- 극단의 ‘광자매’, 지랄도 풍년인 엄마들과 동정 가는 아빠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