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트3’ 악다구니와 황당 전개, 막가도 너무 막가네

[엔터미디어=정덕현] 도대체 방심위는 무얼 하고 있는 걸까.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3>의 막장 전개가 거의 전횡 수준이다. 죽고 죽이고 죽은 자가 다시 살아 돌아오고 갑자기 쌍둥이들이 등장한다. 무언가 끝없이 뒤통수를 치는 반전을 넣고 싶은 집착이 느껴지고, 그래서 개연성 따위는 버린 지 오래다. 상황의 개연성도 없고, 그 상황들이 엮어가는 이야기의 개연성도 없다. 그저 작가가 펜 가는대로 써내면 그게 개연성이라 주장되는 세계. <펜트하우스3>의 막가파식 전개는 공해 수준을 넘어 ‘K드라마’라고 일컬어지는 우리네 드라마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다.

무슨 원더우먼도 아니고 차를 맨 손으로 막아 버텨내던 오윤희(유진)는 마침 나타난 천서진(김소연)에 의해 벼랑 끝에서 차와 함께 바다로 떨어졌다. 천서진의 딸 하은별(최예빈)을 위험을 불사하고 구해낸 오윤희가 천서진에 의해 죽음을 맞게 됐다는 이야기는 충격적이긴 하지만, 허탈하기 그지없는 전개가 아닐 수 없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이지만, <펜트하우스3>에서 이런 전개는 으레 벌어질 수 있는 일이 되었다.

그렇다면 오윤희는 과연 죽었을까. 이미 시체가 헤라팰리스 분수대 뒤 벽 속에서 발견됐지만 시청자들은 이를 단정하지 못한다. 그간 죽었다 여겨졌던 인물들이 다시 살아 돌아온 것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윤철(윤종훈)에게 갑자기 누군가 전화를 해 어떤 이상한 장소로 가게 하는 장면은 자꾸만 오윤희의 부활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는 의사가 아닌가. 김순옥 작가 같은 드라마에서 신적인 존재가 힘을 써준다면 되살릴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이건 상상일 뿐이다. 이런 일이 실제로 드라마 속에서 전개된다면 그건 ‘역대급 막장’의 역사로 기록될 일이다. 하지만 이미 개연성이 망가질 대로 망가지고, ‘설마’ 했던 상상이 진짜로 벌어지는 걸 여러 차례 경험한 시청자들은 이런 일도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른바 ‘순옥적 허용’이라는 미명하게 벌어진 ‘허용들’은 이미 시청자들에게 ‘작품의 룰’이 파괴되는 경험을 하게 함으로써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 1번지, 교육 1번지를 배경으로 한다는 이 드라마가 애초 의도했던 메시지들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렇다고 뒤통수가 얼얼할 정도로 납득이 가는 반전의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대신 드라마는 매 장면에 악다구니를 쓰는 인물들을 집어넣는 자극으로 끌고 간다. 19금이라는 타이틀을 붙였지만, 그건 드라마의 선정성이나 폭력성 때문만은 아니다. 도저히 벌어질 수 없는 황당한 이야기니 그것이 허구일 뿐이라고 판단할 성인들만 보라는 의미의 19금도 들어 있다.

다음 회 예고편에는 등에 나비문신을 한 나애교(이지아)로 보이는 인물이 등장한다. 물론 그것 역시 트릭일 수 있다. 심수련이 마치 나애교의 귀환처럼 꾸밀 수 있는 일이니. 하지만 나애교의 귀환처럼 트릭을 쓰는 이런 대목에서 작가의 위악적인 태도가 느껴진다. 시청자들은 이미 ‘좀비 하우스’니 ‘쌍둥이 하우스’니 하는 이야기를 쏟아내며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지만, 김순옥 작가는 오히려 그 쌍둥이 설정 이야기를 보란 듯이 더 펼쳐나가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도 끝도 없이 마구 이야기를 펼쳐나가고, 그래서 죽어도 죽지 않은 인물들이 다시 귀환하는 이야기에 이제 시청자들은 ‘복제인간이 나올 수준’을 상상하게 된다. 그 정도 파격적인 설정이 아니면 마구 펼쳐놓은 이 많은 이야기들을 정리해낸다는 게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어쩌다 <펜트하우스3>는 이런 무리수 가득한 드라마가 됐을까. 폐해가 심각한 폭주하는 드라마에 제동장치가 필요하다. 방심위는 바로 그런 일을 하라고 있는 조직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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