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의생2’, 카메오 출연 나영석, 이젠 99즈 예능으로 이어갈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어떤 일을 하시길래 매주 캠핑을 가시고.... 우주 말로는 게임 진행도 그렇게 잘 하신다고..” 간만에 친구들과 1박2일 여행을 떠나는 이익준(조정석)이 아들 우주(김준)를 대신 봐주기 위해 데리러온 모네 아빠 역할로 나영석 PD가 카메오 등장했다. 여행을 메인 소재로 지금껏 예능 PD로 활약해온 나영석 PD. 최근에는 tvN <출장 십오야>를 통해 출장 게임 진행을 하는 PD로 출연한 바 있다. 늘 이름만 나오는 모네 아빠가 누군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던 차에 나영석 PD의 등장은 그 자체로 빵 터지는 웃음을 만들었다.

그런데 나영석 PD, 연출과 게임 진행만 잘 하는 줄 알았더니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2>에 카메오로 선보인 연기도 제법이다. 혹시 “나영석 PD 아니냐”는 이익준의 물음에 천연덕스럽게 “장영석 PD”라고 답하고, “똑같이 생겼다”는 말에는 정색하며 “불쾌하네요”라고 쏘아댄다. 일종의 셀프 디스가 가미된 코믹한 상황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주를 데리고 나오며 재차 사과하는 이익준에게 “이미 기분 상했는데 죄송해봐야...”라며 뒤끝을 보이는 모습은 나영석 PD가 그간 예능 프로그램에서 살짝 살짝 보였던 그 캐릭터와 겹쳐지며 웃음을 자아냈다.

처음 방송국에 들어와 PD를 할 때는 숫기가 없어 “저래서 PD 하겠냐”는 소리까지 들었다는 나영석 PD는 KBS <1박2일>을 하며 어쩔 수 없이 등 떠밀려 방송에 얼굴을 비추게 됐다. 실제 상황이라는 리얼리티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PD의 출연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연자와 제작진 사이의 대결구도가 형성되면서 나영석 PD는 점점 하나의 캐릭터가 되었고 또 한 명의 멤버로 자리하게 됐다. 그것이 점점 재미있었던지 언제부턴가 나영석 PD는 ‘방송 욕심’ 또한 있어 보이는(사실이 그런지는 모르겠다) 예능 PD로 등극했다. 이제 카메오까지 했으니 연기까지 넘보고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나영석 PD의 <슬기로운 의사생활2> 카메오 출연은 오랜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와 함께 해온 작업의 의리이면서도, 그들 사이에 꽤 여러 차례 있었던 드라마와 예능을 넘나드는 콜라보의 연장선이다. 과거 신원호 감독의 <응답하라 1994>가 큰 성공을 거두고 나서 스타덤에 오른 유연석(칠봉이 역), 차선우(빙그레 역), 손호준(해태 역)은 드라마 촬영이 끝난 직후 몰래 카메라처럼 갑작스레 떠나게 되는 콘셉트로 <꽃보다 청춘 라오스편>에 투입되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 콜라보의 성공은 <응답하라 1988>의 류준열, 고경표, 안재홍, 박보검이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편>에 출연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갑자기 아무 것도 준비하고 계획하지 않아도 떠날 수 있는 <꽃보다 청춘> 콘셉트의 여행은, 드라마가 보여줬던 청춘의 매력적인 아이콘들이 참여함으로써 더 큰 시너지를 만들었다.

이렇게 보면 마치 신원호 감독이 발굴해낸 배우들을 나영석 PD가 섭외해 예능으로 풀어내는 것만 같지만, 사실 그 반대의 흐름도 있었다. 즉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편>에 출연했던 조정석은 그것이 인연이 되어 <슬기로운 의사생활> 출연으로 이어진 바 있으니 말이다. 즉 이들의 콜라보는 서로 간 오래도록 해온 협업의 결과다. KBS <해피선데이> 시절 <남자의 자격>과 <1박2일> 쌍두마차를 이끌었던 그 협업은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예능과 드라마를 넘나들며 활약하는 이우정 작가의 존재감이 절대적이지만.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가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커지면서 연기를 하게 되자, 조정석, 유연석, 정경호, 김대명, 전미도가 출연하는 <슬기로운 캠핑생활>을 만들고 여기에 출장 게임 전문 PD로 나영석 PD가 출연한 것도 드라마를 기다리는 시청자들을 위한 일종의 배려였다. 그런데 이 시도가 계기가 되어 <출장 십오야>가 탄생했다.

흥미로운 건 이미 매체에서 보도되었듯이 <슬기로운 의사생활2>가 끝나고 나서 그 출연자들이 함께 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나영석 PD가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슬기로운 의사생활2>의 카메오 출연은 물론 오랜 협업의 결과이긴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나영석 PD의 새로운 예능의 선제적인 밑 작업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99즈가 출연하는 예능을 나영석 PD가 이어간다는 보도가 나온 후, 드라마 속에 카메오로 그가 등장했다는 게 과연 우연일까.

유재석이 예능인으로서 부캐의 확장을 보여주고 있다면, 나영석 PD도 만만찮은 부캐의 확장을 보여주고 있다. 예능 PD이자 출연자인데다 출장 게임 전문 진행자이고 이제 연기자(?)의 영역까지 넓혀가고 있으니 말이다. 신원호 감독과의 콜라보와 더불어 나영석 PD의 확장되는 부캐가 어디까지 갈 지도 궁금해진다. 드라마 이후 이어질 나영석 PD의 예능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또 다른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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