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의생2’, 의사도 환자도 그 누구도 일상으로 돌아간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어렸을 때는 해 뜨는 거 보는 거 좋았는데 이젠 이상하게 해지는 이 시간이 너무 좋아.” 발갛게 물든 노을을 바라보며 송화(전미도)가 정원(유연석), 석형(김대명), 준완(정경호), 익준(조정석)에게 그렇게 말한다.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2>의 마지막 장면, 이제 시즌 종료의 순간이다. 그러니 다 함께 노을을 보는 그 소회가 남다른 느낌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그 순간 익준이 말한다. “왜 그런 줄 알아? 퇴근 시간이잖아. 집에 갈 수 있으니까 그래서 좋은 거야.”

아마도 <슬기로운 의사생활2>를 찍은 출연자들은 물론이고 촬영팀들 그리고 연출자, 작가, 스텝들 모두 같은 생각이었을 게다. 그토록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드라마를 몇 개월 동안 계속 붙들고 있었지만 이제 그 마무리할 시간이 결국은 왔으니 말이다. 그 끝을 ‘퇴근 시간’이라고 툭 던지는 것이야말로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와 맞닿아 있다. 거창하지 않지만 그런 일상의 연속과 그 속에서 자잘하게 찾아지는 행복감 같은 것들이 모여 우리네 삶 전체가 된다는 것.

<슬기로운 의사생활2>의 마무리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모두가 커플로 연결됐다. 정원에게 겨울(신현빈)은 엄마가 만나고 싶어 한다고 했고, 헤어지기 싫다는 민하(안은진)에게 석형은 키스했으며 준완은 익순의 부대를 찾아가 다시 설레는 재회의 순간을 가졌다. 그리고 익준과 송화는 텐트 하나만을 갖고 캠핑을 가는 사이가 됐다.

병원생활도 여전하다. 율제병원 5인방은 저마다 자기 위치에서 의사로서의 소임을 다했다. 어려운 수술도 있고, 그래서 위기의 순간도 생기지만, 그 때마다 최선의 선택을 통해 환자에게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려 노력했다. 물론 모든 일이 선택한대로 잘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매일 하게 되는 최선의 선택 하나하나가 모여 그래도 좋은 결과를 만든다는 걸 이들은 보여줬다.

워낙 일상적인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어서인지, <슬기로운 의사생활2>는 실망감을 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시즌1이 보다 드라마틱한 이야기들과 구성으로 매회 어떤 메시지들을 담으며 전해진 것에 비해, 시즌2는 율제병원 5인방을 중심으로 그들의 일과 우정 그리고 사랑이야기를 그저 병렬적으로 풀어놓은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애초 <슬기로운 의사생활2>가 <프렌즈> 같은 시즌제 콘텐츠를 겨냥한다고 했을 때 어느 정도는 예측된 흐름이었다. 시트콤은 아니지만, 시트콤 같은 접근방식이 들어간다는 것이고, 그것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세워두고 매일 벌어지는 시추에이션을 보여주는 방식일 거라는 점이었다. 그래서 다양한 환자들과 얽힌 율제병원 5인방의 이야기가 매회 펼쳐지면서, 이들의 우정과 사랑이 더해지는 방식으로 드라마는 구성됐다.

그리고 이런 시트콤적인 이야기 구성방식은 사실 이우정 작가와 신원호 PD가 지금껏 계속 해왔던 일관된 방식이다. <응답하라> 시리즈들도 대부분 매력적인 인물들을 먼저 세우고, 그들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들을 병렬적으로 전개해왔다. 그리고 전체 이야기를 통과하는 극적인 상황은 대부분 멜로라인으로 처리됐다. 누가 누구와 연인 혹은 배우자가 되는가가 클라이맥스로 구성된 것. <슬기로운 의사생활2>도 이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러한 이우정 작가와 신원호 PD 고유의 스타일이 그리 잘못된 건 아니다. 다만 너무 오래도록 비슷한 패턴의 스토리구성 방식을 보여줘 왔기 때문에 시청자들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점은 한번쯤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다. 맛있고 건강한 음식도 계속 먹으면 물릴 수 있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새로운 재료를 찾거나 조리방식을 바꿔 보는 일이다. 그게 아니면 마치 평양냉면을 먹듯이 적당한 쿨타임을 갖는 방법도 있다.

많은 이들이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시즌3에 대해 궁금해 한다. 신원호 PD는 본래 이 드라마를 시작할 때 시즌3까지 염두에 뒀다고 밝힌 바 있었지만, 지금으로써는 그 계획이 그대로 이어질 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시즌2 제작발표회에서 신원호 PD가 한 말이 그래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본리딩 때 배우들에게 시즌3까지 묶어놓지 않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원래 같은 계절에 3년에 걸쳐 하려는 계획이었는데 다음 시즌은 일단 묶어놓지 않고 여러분 스케줄 편하게 잡고 나중에 혹 돌아오게 되면 그때 하자고 이야기했다. 지금 구체적인 시즌3 계획은 없다.”

사실 코로나19로 인해 애초 계획과 달리 시즌2는 제작과 방영이 계속 늦춰졌다. 이런 점은 아마도 제작진은 물론이고 배우들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시즌제에서 가장 어려운 변수는 배우들의 스케줄이다. 제작이 미뤄지면 다른 스케줄들도 꼬일 수 있다. 물론 <슬기로운 의사생활2>는 성공을 거뒀지만, 그걸 만들어온 제작진과 배우들 모두 ‘퇴근 시간’이 기다려졌을 수 있지 않을까.

시즌3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했지만, 거기 단서처럼 ‘지금’이 붙어 있고, 또 상황은 언제 어떻게 변할지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가 보여준 일상의 흐름들도 마찬가지가 아니었던가. 매일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지만, 슬기롭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게 우리네 삶이라고 드라마는 말해왔다. 그래서 조심스레, 시즌2로 퇴근하는 제작진과 출연진들에게 충분히 쉬고 다시 시즌3로 출근하길 기대해본다. 당장은 아니라도, 언젠가. “퇴근 시간”을 알리며 시즌2 엔딩에 더해진 이상은의 노래 ‘언젠가는’의 가사처럼.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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