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를 구원한 ‘검은 태양’과 ‘옷소매’(‘MBC 연기대상’)

[엔터미디어=정덕현] 올해 <MBC 연기대상>은 사실상 <검은 태양>과 <옷소매 붉은 끝동>이 상 대부분을 나눠가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검은 태양>은 대상(남궁민), 우수 연기상(장영남), 조연상(김도현), 신인상(김지은) 4개 부문을 수상했고, <옷소매 붉은 끝동>은 올해의 드라마상, 최우수 연기상(이준호, 이세영), 베스트커플상(이준호-이세영), 조연상(장혜진), 신인상(강훈), 공로상(이덕화), 작가상(정해리)까지 무려 8관왕의 영예를 거뒀다.

충분히 납득이 되고 공감이 가는 시상이 아닐 수 없었다. 애초 <옷소매 붉은 끝동>이 방영되기 전까지만 해도 올해의 <MBC 연기대상>은 <검은 태양>이 석권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 중에서도 주연 배우 남궁민의 대상 수상은 거의 확정적이었다. 드라마 제작 편수가 줄어들었고, 그 중에서도 눈에 띤 MBC 드라마는 <검은 태양>과 <미치지 않고서야>가 거의 유일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다소 긴장감 없는 시상식이 될 거라 여겨졌지만, 막판에 등장한 <옷소매 붉은 끝동>이 엄청난 화제를 일으키고 호평을 받으면서 올해 MBC 드라마의 중요한 성과로 급부상했다. 시청률로만 봐도 <검은 태양>이 최고 시청률 9.8%(닐슨 코리아)에 머무른 반면, <옷소매 붉은 끝동>은 아직 2회를 남긴 상황에서 최고 시청률 14.3%를 기록하며 상승세 중이다. 이러니 <MBC 연기대상>의 다크호스로 주목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상감으로만 생각하면 이번 작품으로 배우로서의 잠재력을 터트린 이준호, 이세영보다는, 이미 믿고 보는 배우로 등극하며 지난해 SBS에서 <스토브리그>로 대상을 거머쥐었던 남궁민이 더 고개가 끄덕여지는 배우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검은 태양>은 사실상 엄청난 벌크업까지 해서 준비된 모습으로 출연해 시종일관 극을 끌고 간 남궁민의 지분이 가장 독보적으로 여겨질 수 있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검은 태양>은 최근 몇 년 간 MBC 드라마들이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던 현실을 바꿔놓은 계기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검은 태양>을 통해 MBC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이 생긴 그 바탕 위에서 <옷소매 붉은 끝동>이 훨훨 날 수 있었다. 그래서 대상으로는 남궁민, 최우수 연기상으로 이준호와 이세영을 준 건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그러면서도 총 8개 상을 <옷소매 붉은 끝동>에 실어준 건 여러모로 현재의 바람을 극대화하는 전략적 측면에서도 괜찮은 선택이 됐다.

이제 중요한 건 <검은 태양>이 바탕을 깔고 <옷소매 붉은 끝동>이 확실한 신뢰감을 만들어낸 MBC 드라마가 이 바람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후속작으로 예정된 임시완, 고아성 주연의 <트레이서>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꽤 오래된 부진의 늪에서 이제 한 발을 빼낸 MBC 드라마. 많은 작품을 내놓진 않았지만 <검은 태양>과 <옷소매 붉은 끝동>이 거둔 의미 있는 성취로 올해는 중요한 분기점을 만든 한 해로 기억될 듯하다. 그래서 내년 MBC 드라마는 더더욱 중요한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한 때 드라마 공화국이라 불렸던 그 때의 위상을 되찾을 것인지 아니면 이례적 성취에 머무를 것인지가 내년 흐름에 달려 있으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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