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위에 과감한 판타지, 송중기와 김혜수가 장악한 주말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애초 금토일 주말에 펼쳐진 새로운 드라마들의 전쟁은 3파전으로 예고된 바 있다. SBS <소방서 옆 경찰서>와 <슈룹>, <재벌집 막내아들>이 그 작품들이다. 하지만 현재 이 3파전은 양강체제로 바뀌어가고 있다. tvN <슈룹>과 JTBC <재벌집 막내아들>의 시청률 상승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소방서 옆 경찰서>는 갈수록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슈룹>은 7.6%(닐슨 코리아)의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등락을 거듭하면서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한 마디로 파죽지세다. 시작과 동시에 3회만에 10%를 가뿐히 넘기더니 4회 11.8%, 5회에는 14.7%를 기록했다. 금토일 주 3회라는 공격적인 편성이 탄력을 받으며 이러한 꾸준한 상승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반면 <슈룹>과 <재벌집 막내아들>의 틈바구니에 끼어 <소방서 옆 경찰서>는 한때 9.4%(2회)까지 치솟았던 시청률이 꺾어져 7.5%까지 떨어졌다. 애초 소재만으로 봐도 결코 극성이 약하다고 볼 수 없는 작품이었다. 제목을 통해 알 수 있듯이 119와 112가 더해진 이 작품은 구조, 구급의 촌각을 다투는 긴박한 상황들이 이어지면서 동시에 범인을 추적하는 형사물의 긴장감까지 겹쳐 있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극적인 소재들이 가진 흥미로움들은 에피소드별로 구성된 이야기 속에서 회마다 끊어지며 좀체 상승세를 잇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소방서 옆 경찰서>가 아직까지 진호개(김래원)의 숨겨진 이야기가 본격화되지 않은 탓이 크다. 그가 서울의 변두리 태원으로 온 것이 좌천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자원해 온 것이고 거기에는 이 진돗개라 불리는 형사가 맡은 범죄의 냄새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이 메인 스토리가 전면에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소방서 옆 경찰서>는 극성이 강한 에피소드들을 보여주고 있으면서도 전체를 잇는 흐름이 약하다.

반면 <슈룹>과 <재벌집 막내아들>은 서사 구조 자체가 에피소드별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물론 에피소드들이 들어 있긴 하지만 각 드라마 속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일관된 서사가 점층적으로 쌓여 다름 회를 계속 기대하게 만든다. 즉 <소방서 옆 경찰서>가 에피소드별 스토리 구성이라면, <슈룹>과 <재벌집 막내아들>은 연속극의 구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슈룹>과 <재벌집 막내아들>은 두 작품 모두 현실 위에 과감한 판타지를 섞어 놓았다는 공통의 특징이 있다. <슈룹>은 조선시대라는 시대적 배경으로 가져왔지만, 임화령(김혜수)이라는 중전 캐릭터가 그러하듯이 현대극에 가까운 파격적인 허구와 판타지를 더해 넣었다. 대비(김해숙)와도 맞서는 인물이고 모든 자식들을 품안에 끌어안는 자애로운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사극의 밑그림 위에 세워 놓은 현대극적 요소들은 비현실적일 수 있지만 그만큼 파격적인 극성을 만든다.

<재벌집 막내아들>도 마찬가지다. 이 드라마는 이른바 ‘회귀물’로 불리는 죽은 후 과거로 회귀해 다시 살아가는 판타지 설정을 갖고 있지만 여기에 1987년부터 이어지는 실제 벌어진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배경으로 가져옴으로써 극성이 높아졌다. 대선은 물론이고 칼기 폭파사건, IMF 같은 한국의 현대사를 밑그림으로 가져오자 이를 미리 알고 투자를 해 큰 성공을 일궈나가는 진도준(송중기)의 판타지가 더 강력하게 다가온다.

결국 <슈룹>과 <재벌집 막내아들>이 동반상승하며 양강체제를 굳혀 나가게 된 건, 그 서사가 갖는 강점들이 작용한 결과다. 회차마다 끊어지는 에피소드 구성이 아니라, 매회가 이어져 다음회를 기대하게 만드는 연속극적 구성이 갖는 힘 위에, 현실 위에 과감한 판타지 설정을 더함으로써 만들어진 극성이 이런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소방서 옆 경찰서>에는 아쉬운 결과지만, 이 작품이 다시금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좀 더 진호개의 이야기를 중심에 세우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JT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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