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서예지 입만 바라보나, 실제 피해 준 김정현이 입장 밝혀야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조종. 가스라이팅. 자극적인 문구들로 채워진 기사들이 표적으로 삼고 있는 인물은 서예지다. 이런 논란의 진원지는 연예 매체 디스패치가 올린 사생활 폭로 기사다. 그 기사는 두 사람이 2018년 방영된 MBC 드라마 <시간> 촬영 당시 나눈 SNS 대화 목록을 가져와, 김정현이 멜로 연기를 거부했고 대본 수정까지 요구했으며 그 이면에는 서예지의 조종이 있었다고 밝혔다.

만일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김정현과 서예지의 배우로서 프로답지 못한 태도는 비판받을 일이다. 그들의 사적 연애가 어떻든 간에, 결과적으로 김정현이 <시간>이라는 드라마와 그 관계자들, 배우들, 특히 상대역이었던 서현에게 피해를 준 사안이기 때문이다. 원인은 사적 연애에서 비롯된 일일 수 있지만, 결국 김정현의 선택이 만든 건 공적 사안이다.

일단 사안의 흐름은 서예지의 조종에 의해 김정현이 작품에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는 식으로 전개되어 있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공적인 사안과 사적인 사안의 구분이다. 이상하게도 이번 사안은 SNS의 사적인 대화 내용이 공개된 이후, 김정현이 아닌 서예지에게로 비난의 화살이 쏠리고 있다. 모든 문제의 근원이 서예지에서 비롯됐다 여기는 것이다.

이렇게 서예지를 이 사태의 근원으로 세워놓으니, 김정현 역시 마치 그 피해자처럼 보인다. ‘조종이니 가스라이팅이니 하는 자극적인 문구들은 더더욱 김정현이 그 대상이 된 피해자로 보이게 만드는 면이 있다. 하지만 드러난 사실로만 보면 김정현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다. 서예지와 김정현 사이에 무슨 메시지가 오고갔든 그건 지극히 사적 사안이지만, 결국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선택한 건 김정현이기 때문이다.

연애 관계에서 두 사람의 대화는 당사자들만이 그 실체를 알 수 있을 만큼 내밀할 수 있다. 그래서 디스패치가 내놓은 서예지의 대본 수정 요구스킨십 거부 요구같은 내용들은 물론 프로답지 못한 잘못된 일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사적 사안이다. 서예지가 드라마 제작진에게 직접 요구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게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그 사적 사안이 공적인 문제로 옮겨간 건, 김정현이 그걸 실행에 옮기는 선택을 한 데서 비롯된 일이다. 미성숙한 어린 아이도 아니고, 충분히 스스로 어떤 선택을 내릴 수 있는 성인이 공사 구분 못하고 한 행동이 잘못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집에서 뭔가 안 좋은 일을 겪은 이가 사회에 나와서 어떤 잘못을 저지른 후, 그 원인이 집안 일 때문이었다 말하는 건 상식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이 사안의 직접적 가해자로 서예지가 지목되고 있고, 그래서 그에게 어떤 입장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입장을 내놔야 할 장본인이 과연 서예지일까. 물론 드러난 사생활이 보여주는 부적절한 언동이나 태도는 비판 받을 만하지만, 과연 그런 자신의 사적 대화에 대해 입장을 내놓는 게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반면 김정현이 했던 피해자를 양산한 선택들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의 선택으로 인해 실제로 많은 피해자들이 생겨난 게 사실이니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영화 <내일의 기억>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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