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삼분지계 어워드 2021 – 올해의 프로그램과 올해의 인물
위기 속에서도 기회 만들어 낸 2021년의 빛나는 성취와 얼굴

'이미지 설명 시작' 은은한 색 배경에 일렁이는 천과 같은 그래픽이 입혀져 있는 사진. “TV삼분지계 어워드 2021”이라 쓰여 있고, 그 아래로 “올해의 프로그램 (픽션), 올해의 프로그램 (논픽션), 올해의 인물”이라고 상세 분야가 적혀 있다. 황동으로 만든 발이 셋 달린 솥이 어워드를 상징하는 트로피로 나와있다. 솥에는 ‘TV삼분지계 2021’이라 새겨져 있다. '이미지 설명 끝'
'이미지 설명 시작' 은은한 색 배경에 일렁이는 천과 같은 그래픽이 입혀져 있는 사진. “TV삼분지계 어워드 2021”이라 쓰여 있고, 그 아래로 “올해의 프로그램 (픽션), 올해의 프로그램 (논픽션), 올해의 인물”이라고 상세 분야가 적혀 있다. 황동으로 만든 발이 셋 달린 솥이 어워드를 상징하는 트로피로 나와있다. 솥에는 ‘TV삼분지계 2021’이라 새겨져 있다. '이미지 설명 끝'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남지우·이승한·정석희 세 명의 TV평론가가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TV삼분지계]를 통해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여전히 코로나19의 전세계적 대유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TV 산업은 그 안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발견했던 2021년이었다. 점차 그 힘을 잃어가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과 힙합 경연 프로그램의 빈자리를 채울 만한 다음 타자로 Mnet은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찾아냈다. 좀처럼 되살아날 것 같지 않았던 MBC의 드라마는 연말에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부활의 의지를 불태웠고, 넷플릭스의 물량공세에 토종 OTT인 웨이브(wavve)와 티빙(tving) 모두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선보이며 응전했다. 코로나19 탓에 제작 환경이 크게 위축되긴 했지만, 집 밖으로 못 나가는 이들이 결국 TV 앞에 돌아올 것을 알고 있었던 TV 산업 종사자들은 이 악물고 최선을 다 했던 한 해다.

2021년의 마지막 날, [TV삼분지계]는 늘 그래왔듯 [TV삼분지계 어워드]를 통해 올 한 해의 TV 산업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TV삼분지계 어워드 2021]은 정석희, 이승한, 남지우 세 평론가가 각자 생각한 ‘올해의 프로그램’ 픽션 부문(드라마, 시트콤, 코미디)과 논픽션 부문(예능, 시사교양, 보도), ‘올해의 인물’의 세 분야를 꼽아 그 의의를 되짚어보고, 훌륭했던 성취에 나름의 찬사를 보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간발의 차이로 아쉽게 1위를 놓쳤지만 그래도 언급하고 싶었던 작품/인물들을 위해, 각 평론가가 선정한 1위부터 3위까지의 목록도 함께 공개한다.

'이미지 설명 시작' “TV삼분지계 어워드 2021 올해의 프로그램 픽션 부문, 정석희의 선택: MBC '옷소매 붉은 끝동' - 지금의 대중이 바라왔던 신의 한 수”. 이미지 상단에 정석희 평론가의 사진이 있고, 하단에는 황동솥 트로피와 함께 '옷소매 붉은 끝동'의 두 주인공 이산(이준호)과 성덕임(이세영)의 사진이 있다. '이미지 설명 끝'
'이미지 설명 시작' “TV삼분지계 어워드 2021 올해의 프로그램 픽션 부문, 정석희의 선택: MBC '옷소매 붉은 끝동' - 지금의 대중이 바라왔던 신의 한 수”. 이미지 상단에 정석희 평론가의 사진이 있고, 하단에는 황동솥 트로피와 함께 '옷소매 붉은 끝동'의 두 주인공 이산(이준호)과 성덕임(이세영)의 사진이 있다. '이미지 설명 끝'

삶 자체가 한 편의 영화와 같은 조선 22대 임금 ‘정조’, 그를 다룬 작품은 숱하게 많았다. 그러나 <옷소매 붉은 끝동> 이후 많은 이들이 우선순위로 이준호 표 ‘정조’를 떠올리지 싶다. 비극적인 가족사로 인해 까다롭고 예민하고 남을 믿지 못했다는,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왕위에 올라 조선의 마지막 성군이라는 소리를 듣는 복잡다단한 인물 ‘이산‘을 찰떡 같이 그려냈다.

이세영이 맡은 ’성덕임‘도 마찬가지. 주상의 여자로 살고 싶지 않다며 후궁이 되기를 거부한 궁녀가 있었다니. 단아하면서도 결단력 있는 음성과 눈빛이 혼돈의 이 시기가 필요로 하는 여성에 딱 들어맞는다. 사극에 현재 대중이 바라는 요소들을 버무려 넣은 것이 신의 한 수다.

거기에 ’영조‘ 역의 이덕화는 또 어떻고. 휴면 상태였던 그의 연기력에 불을 붙인 연출과 대본에 박수를 보낸다. 영상과 조명이며 의상, 미술까지 흠 잡을 데 없는 협업이다. 부디 2022년에도 이런 수작이 나와주기를.

▪ 정석희 평론가가 선정한 2021년 올해의 프로그램 픽션 부문 순위

1위 <옷소매 붉은 끝동> (MBC)

2위 <나빌레라> (tvN)

3위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wavve)

'이미지 설명 시작' “TV삼분지계 어워드 2021 올해의 프로그램 픽션 부문, 이승한의 선택: wavve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 이상화와 정치혐오 사이를 뚫고 나온 한 줄기 빛”. 이미지 상단에 이승한 평론가의 사진이 있고, 하단에는 황동솥 트로피와 함께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의 네 주인공 이정은(김성령), 차정원(배해선), 김성남(백현진), 김수진(이학주)의 사진이 있다. '이미지 설명 끝'
'이미지 설명 시작' “TV삼분지계 어워드 2021 올해의 프로그램 픽션 부문, 이승한의 선택: wavve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 이상화와 정치혐오 사이를 뚫고 나온 한 줄기 빛”. 이미지 상단에 이승한 평론가의 사진이 있고, 하단에는 황동솥 트로피와 함께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의 네 주인공 이정은(김성령), 차정원(배해선), 김성남(백현진), 김수진(이학주)의 사진이 있다. '이미지 설명 끝'

한국에서 생산되는 정치 소재의 창작물 중 상당수는 정치를 지나치게 순수하게 바라보며 이상화하거나, 정치를 싸잡아 혐오하는 두 가지 길을 걷는다. 부패한 정치인들이 득시글거리며 속임수를 쓰는 가운데 홀로 외롭게 올바른 정치를 하려고 용을 쓰는 주인공이라거나, 자신만큼은 옳은 정치를 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여의도에 입성했던 주인공이 서서히 목표와 수단을 헷갈리면서 남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정치인으로 부패하거나.

윤성호 감독이 창작한 wavve 오리지널 시리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이하 <이상청>)는 그 두 가지 함정을 모두 피해간다. <이상청>은 주인공 이정은 장관(김성령)을 비롯해 그 누구도 허투루 볼 수 있는 캐릭터로 그리지 않는다. <이상청> 속의 정치인들은 겉으로 보여주는 행동과 속에 감춰진 욕망이 조금씩 어긋나기도 하고 때로 비겁한 술수를 쓰기도 하지만, 그러면서도 저마다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정치’나 ‘이것만큼은 지켜야 할 금도’를 지켜내기 위해 최선을 다 한다. 이분법의 세계를 뛰어넘어 ‘수단으로서의 정치’와 ‘목표로서의 정치’를 모두 긍정하는 놀라운 정치풍자 코미디의 등장.

▪ 이승한 평론가가 선정한 2021년 올해의 프로그램 픽션 부문 순위

1위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wavve)

2위 <오월의 청춘> (KBS2)

3위 <D.P.> (넷플릭스)

'이미지 설명 시작' “TV삼분지계 어워드 2021 올해의 프로그램 픽션 부문, 남지우의 선택: 넷플릭스 'D.P.' - 그간 군대에 묻지 않았던 질문을 던지다”. 이미지 상단에 남지우 평론가의 사진이 있고, 하단에는 황동솥 트로피와 함께 얼굴 위에 철조망 그림자가 드리워진 'D.P.'의 주인공 안준호(정해인)의 사진이 있다. '이미지 설명 끝'
'이미지 설명 시작' “TV삼분지계 어워드 2021 올해의 프로그램 픽션 부문, 남지우의 선택: 넷플릭스 'D.P.' - 그간 군대에 묻지 않았던 질문을 던지다”. 이미지 상단에 남지우 평론가의 사진이 있고, 하단에는 황동솥 트로피와 함께 얼굴 위에 철조망 그림자가 드리워진 'D.P.'의 주인공 안준호(정해인)의 사진이 있다. '이미지 설명 끝'

한국 미디어는 ‘군대 이야기’에 친밀감을 표현해온 역사가 있다. MBC <진짜사나이>의 코믹적 어수룩함, 채널A <강철부대>의 마초적 프로페셔널리즘, 그리고 KBS2 <태양의 후예>가 지녔던 낭만과 세계주의가 있었고, TV는 이들을 각각 x,y,z 축에 놓고 대한민국 군대의 모든 것을 재창조해왔다. 이 왜곡된 3차원의 세계에는 웃기지 않고, 군인답지 않으며, 낭만적이지 않은 ‘군대 이야기’는 존재할 수 없었고, 이러한 경향성은 웹 예능 <가짜사나이>의 흥행과 함께 올해도 지속되는 듯했다.

그리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는 2021년, 대한민국 미디어의 오랜 기만을 멈춰 세우기로 한다. <D.P.>는 총기난사와 자살, 그 끝에 명령불복종의 길을 택하는 군인의 이야기를 좌표계에 불러와, 왜곡된 미디어가 묻지 않았던 것들을 다시 묻는다. ‘대한민국에서 남성으로 태어나는 것’의 문제, ‘폭력과 성(性)’의 문제, 그리고 ‘가해-피해-방관’의 문제까지. <D,P.>가 품은 바로 이 질문들이 폭발적인 반역의 에너지로 전환되는 마지막 화를 본 순간, 나는 올해 최고의 드라마를 결정지을 수 있었다.

▪ 남지우 평론가가 선정한 2021년 올해의 프로그램 픽션 부문 순위

1위 <D.P.> (넷플릭스)

2위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wavve)

3위 <인간실격> (JTBC)

'이미지 설명 시작' “TV삼분지계 어워드 2021 올해의 프로그램 논픽션 부문, 정석희의 선택: JTBC '풍류대장' - 모두가 배움을 얻어간 국악 예능”. 이미지 상단에 정석희 평론가의 사진이 있고, 하단에는 황동솥 트로피와 함께 '풍류대장'의 심사위원들인 장우영, 이적, 김종진, 성시경, 솔라, 송가인, 박정현이 서 있는 사진이 있다. '이미지 설명 끝'
'이미지 설명 시작' “TV삼분지계 어워드 2021 올해의 프로그램 논픽션 부문, 정석희의 선택: JTBC '풍류대장' - 모두가 배움을 얻어간 국악 예능”. 이미지 상단에 정석희 평론가의 사진이 있고, 하단에는 황동솥 트로피와 함께 '풍류대장'의 심사위원들인 장우영, 이적, 김종진, 성시경, 솔라, 송가인, 박정현이 서 있는 사진이 있다. '이미지 설명 끝'

국악과 대중음악의 크로스 오버 경연 JTBC <풍류대장>. ‘국악의 대중화’라는 애초 목표에 성큼 다가서며 시즌 1을 마무리했다. 드높았던 진입 장벽을 깨부순 셈이니 이만하면 대성공이다. 시청자는 당연지사이고 심사위원들 또한 국악에 대한 지식이 일천하기는 매 한가지였다. 송가인과 중간에 합류한 박칼린을 제외하고는 누가 그리 국악에 관심을 가졌었겠나. “오랫동안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고사했다. 뭔가 많이 배워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선택했는데 그러길 잘 한 것 같다.” 이적의 소회가 우리 모두의 심정을 대변한다.

<풍류대장>을 통해 정가와 판소리와 민요를 구분할 수 있게 됐다. 여러 악기의 이름도 알게 됐다. 교양 프로그램만 가르침을 주는 것이 아니다. 아무도 해내지 못했던 국악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풍류대장>은 국가 차원에서 상을 줘야 마땅하다.

▪ 정석희 평론가가 선정한 2021년 올해의 프로그램 논픽션 부문 순위

1위 <풍류대장-힙한 소리꾼들의 전쟁> (JTBC)

2위 <스트릿 우먼 파이터> (Mnet)

3위 <오늘부터 무해하게> (KBS2)

'이미지 설명 시작' “TV삼분지계 어워드 2021 올해의 프로그램 논픽션 부문, 이승한의 선택: KBS1 '다큐인사이트' ‘뉴스룸’ – 언론이 자신의 책임을 묻다”. 이미지 상단에 이승한 평론가의 사진이 있고, 하단에는 황동솥 트로피와 함께 지상파 최초 여성 메인 앵커인 KBS 이소정 기자의 사진이 있다. '이미지 설명 끝'
'이미지 설명 시작' “TV삼분지계 어워드 2021 올해의 프로그램 논픽션 부문, 이승한의 선택: KBS1 '다큐인사이트' ‘뉴스룸’ – 언론이 자신의 책임을 묻다”. 이미지 상단에 이승한 평론가의 사진이 있고, 하단에는 황동솥 트로피와 함께 지상파 최초 여성 메인 앵커인 KBS 이소정 기자의 사진이 있다. '이미지 설명 끝'

KBS 이은규 PD가 선보였던 일련의 <다큐 인사이트> 연작 ‘개그우먼’, ‘윤여정’, ‘국가대표’ 등을 관통하는 주제는 ‘여성’이었다. 이은규 PD는 각 분야의 최전선에 있는 여성들의 삶이란 결국 오직 ‘여성’이란 이유로 감내해야 했던 부당함을 극복하고 개선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해 온 기록과 다름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연작의 가장 최근 기착지는 다름 아닌 KBS다. <다큐 인사이트> ‘뉴스룸’은 세상의 소식을 전달해주는 언론조차 실제 성비와 달리 남성 위주로 꾸려지면서, 시청자들에게 끊임없이 편견을 재생산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성비, 인종, 국적, 장애, 성적 지향 등 다양한 지표를 실제 성비와 맞춰 뉴스룸을 꾸린 BBC의 실험 결과, 뉴스의 질이 더 상승했다는 연구 결과를 보여주며 ‘뉴스룸’은 말한다. 우리가 보는 뉴스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을 닮아 있어야 하지 않냐고. 그게 옳은 일이라는 걸 알지 않냐고. 언론이 스스로 제 자신의 책임을 묻고 더 나아질 것을 다짐하는 이 드문 성찰은, 2021년의 프로그램으로 기록될 가치가 있다.

▪ 이승한 평론가가 선정한 2021년 올해의 프로그램 논픽션 부문 순위

1위 <다큐 인사이트> ‘다큐멘터리 뉴스룸’ (KBS1)

2위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 날 이야기> (SBS)

3위 <스트릿 우먼 파이터> (Mnet)

'이미지 설명 시작' “TV삼분지계 어워드 2021 올해의 프로그램 논픽션 부문, 남지우의 선택: SBS '런닝맨'– 방영 11년 차, 가장 최신의 포트폴리오”. 이미지 상단에 남지우 평론가의 사진이 있고, 하단에는 황동솥 트로피와 함께 '런닝맨'의 멤버들 유재석, 지석진, 양세찬, 하하, 김종국, 전소민, 송지효의 사진이 있다. '이미지 설명 끝'
'이미지 설명 시작' “TV삼분지계 어워드 2021 올해의 프로그램 논픽션 부문, 남지우의 선택: SBS '런닝맨'– 방영 11년 차, 가장 최신의 포트폴리오”. 이미지 상단에 남지우 평론가의 사진이 있고, 하단에는 황동솥 트로피와 함께 '런닝맨'의 멤버들 유재석, 지석진, 양세찬, 하하, 김종국, 전소민, 송지효의 사진이 있다. '이미지 설명 끝'

11년을 지나온 ‘옛날 예능’을 올해 최고의 프로그램이라 호명할 수 있을까. 지난 18일 개최된 SBS 연예대상은 <골 때리는 그녀들>과 함께 <런닝맨>을 자사의 ‘최우수 프로그램’으로 선정하며, 그 가능성에 패를 걸었다. 게다가 TV의 영역을 넘어서야만 훨씬 더 또렷하게 관측되는 영향력과 가치들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런닝맨>이 그 모든 채널·플랫폼의 논픽션 콘텐츠들을 압도하는 한 해를 보냈음이 분명해진다.

<런닝맨>은 매회 100만 조회수를 거뜬히 넘는 유튜브 최고의 인기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고, 글로벌 OTT 플랫폼의 부름을 받아 스핀오프 프로그램까지 보유하게 되었다. 방영 11년 차에 벌어진, 가장 최신의 포트폴리오인 것이다. 이로써 <런닝맨>은 ‘장수 경쟁’에서만 우위를 차지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스스로가 여전한 동시대의 트렌드임을 증명해냈다. 2021년의 여타 예능 프로그램, SBS <미운우리새끼>나 tvN <식스센스2> 등은 그 자체로 <런닝맨>의 캐릭터 쇼를 이어받은 실질적 스핀오프로 읽히는 현상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11년간 쇼의 주축으로 활약하며 의문의 여지없는 전성기를 이끌어낸 뒤 하차한 이광수는, 모두의 ‘샤라웃’을 받아 마땅할 것이다.

▪ 남지우 평론가가 선정한 2021년 올해의 프로그램 논픽션 부문 순위

1위 <런닝맨> (SBS)

2위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 날 이야기> (SBS)

3위 <UHD 역사스페셜 – 한국의 미> (KBS1)

'이미지 설명 시작' “TV삼분지계 어워드 2021 올해의 인물, 정석희의 선택: Mnet '스우파'의 리더들 – 8인 8색 스트릿을 물들이다”. 이미지 상단에 정석희 평론가의 사진이 있고, 하단에는 황동솥 트로피와 함께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출연한 각 크루의 리더 8인 – 리헤이, 아이키, 허니제이, 리정, 모니카, 가비, 노제, 효진초이의 사진이 있다. '이미지 설명 끝'
'이미지 설명 시작' “TV삼분지계 어워드 2021 올해의 인물, 정석희의 선택: Mnet '스우파'의 리더들 – 8인 8색 스트릿을 물들이다”. 이미지 상단에 정석희 평론가의 사진이 있고, 하단에는 황동솥 트로피와 함께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출연한 각 크루의 리더 8인 – 리헤이, 아이키, 허니제이, 리정, 모니카, 가비, 노제, 효진초이의 사진이 있다. '이미지 설명 끝'

출연자들조차 예측하지 못했던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놀라운 성공. 8인 8색, 장르와 취향이 제각기 다른 리더들에게 대중은 한 순간에 빠져들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춤 잘 추는 여성이 많았어? 스트릿 댄스가 이렇게 다양했어? 매화 놀랄 노자였으니까. MBTI 모양으로 나는 어떤 리더에 가까운지, 가늠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그리고 스핀오프 격으로 가볍게 출발한 <스트릿 댄스 걸스 파이터>, 이 역시 감동이다. 여느 경연 프로그램의 마스터, 심사위원과는 차별되는 각 크루 리더들의 진정성, 거기에 또 다른 리더들 즉 청소년 팀 리더들이 다채로운 매력이 다시금 시청자의 시선을 잡아 끈다. 어른들은 까맣게 몰랐던 청소년 문화의 창의력과 결집력에 또 한 차례 놀라고. 거기에 보탠 것 하나 없음에 미안해하고.

▪ 정석희 평론가가 선정한 2021년 올해의 인물 순위

1위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리더들

2위 tvN <나빌레라>·JTBC <인간실격>의 박인환

3위 아역에서 성인역으로 잘 성장한 김유정·박은빈·이세영

'이미지 설명 시작' “TV삼분지계 어워드 2021 올해의 인물, 이승한의 선택: 구교환 – 미증유의 피사체, TV 안으로 들어오다”. 이미지 상단에 이승한 평론가의 사진이 있고, 하단에는 황동솥 트로피와 함께 넷플릭스 'D.P.' 중 한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는 연기를 하는 중인 배우 구교환의 사진이 있다. '이미지 설명 끝'
'이미지 설명 시작' “TV삼분지계 어워드 2021 올해의 인물, 이승한의 선택: 구교환 – 미증유의 피사체, TV 안으로 들어오다”. 이미지 상단에 이승한 평론가의 사진이 있고, 하단에는 황동솥 트로피와 함께 넷플릭스 'D.P.' 중 한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는 연기를 하는 중인 배우 구교환의 사진이 있다. '이미지 설명 끝'

영화 팬들에게 ‘구교환’이란 이름은 오래 전부터 신뢰의 대상이었다. 그 어떤 역할도 구교환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하면 그 속내를 잘 알 수 없는 미스터리를 간직한 인물로 둔갑한다. 경계를 넘는 사람 특유의 자유로움을 간직한 <꿈의 제인> 속 제인이나, 바로 다음 순간 저지를 일이 짐작이 안 되어 공포스러운 <우리 손자 베스트> 속 교환과 <반도> 속 서대위, 무해해 보이는 얼굴 뒤로 갑자기 상상도 못한 과거가 엄습해오는 <메기>의 성원 같은 캐릭터는, 구교환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표현되기 어려웠을 캐릭터들이다.

그리고 이 속내를 알 수 없는 미증유의 피사체는, 넷플릭스를 경유해 마침내 TV 드라마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이렇다 할 대사도 없이 그저 카메라를 응시하는 것만으로도 그 냉혹함을 상상케 하는 <킹덤: 아신전> 속 아이다간이나, 능글능글한 웃음 뒤에 걷잡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D.P.> 속 한호열 상병은 구교환이기에 설득력을 지녔다. 큰일이다. 이 괴물 같은 배우가 영화 팬에 이어 드라마 팬들까지 꼼짝 못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 이승한 평론가가 선정한 2021년 올해의 인물 순위

1위 배우 구교환 (넷플릭스 <킹덤: 아신전>, <D.P.>)

2위 KBS 이은규 PD (<다큐 인사이트> ‘개그우먼’, ‘윤여정’, ‘국가대표’, ‘뉴스룸’ 연작 연출)

3위 가수 키 (tvN <놀라운 토요일>, MBC <나 혼자 산다>, wavve <탱키박스>)

'이미지 설명 시작' “TV삼분지계 어워드 2021 올해의 인물, 남지우의 선택: 이영지 – 시대와 세대의 아이콘”. 이미지 상단에 남지우 평론가의 사진이 있고, 하단에는 황동솥 트로피와 함께 자신의 유튜브 채널 ‘차린 건 없지만’에 출연해 게스트와 대화를 나누는 중인 이영지의 사진이 있다. '이미지 설명 끝'
'이미지 설명 시작' “TV삼분지계 어워드 2021 올해의 인물, 남지우의 선택: 이영지 – 시대와 세대의 아이콘”. 이미지 상단에 남지우 평론가의 사진이 있고, 하단에는 황동솥 트로피와 함께 자신의 유튜브 채널 ‘차린 건 없지만’에 출연해 게스트와 대화를 나누는 중인 이영지의 사진이 있다. '이미지 설명 끝'

‘세대정신’인가 ‘시대정신’인가. 래퍼 이영지의 행보를 볼 때마다, 그는 자신이 속한 세대를 대표함과 동시에 2021년의 시대정신 자체라는 생각을 한다. 2021년의 이영지를 한 세대와 동시대의 ‘아이콘’으로 만든 것은 유튜브, 트위터, 그리고 인스타그램의 몫이다. 그는 “동성 친구를 짝사랑하는 것”이 힘들다는 익명의 팔로워에게 “모든 형태의 사랑이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저부터 노력하겠다”고 말할 줄 아는 소수의 공인 중 하나이며, 데이팅 어플 ‘틴더’를 둘러싼 경험담을 늘어놓는 이웃집 트위터리안이기도 하다. 최근 공개된 웹 예능 <차린건 없지만>에서는, 자신의 쇼를 책임질 줄도, 장악할 줄도 아는 영리함과 에너지를 두루 갖춘 모습까지 보여낸다.

Z세대, 그리고 소셜미디어의 총아를 방송계의 인물로 호명하려니 왠지 부끄러움이 따른다. 이러한 사실에도, 방송계는 이영지라는 새로운 아이콘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그 염원이 처음으로 실현되었던 KBS2 예능 <컴백홈>, 그리고 유재석을 필두로 한 3MC 체제는 이영지의 21세기적 매력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이영지는 영지 자신이 플레이어가 되고, 무대의 주인이 되는 상황에서 가장 유쾌하고 빛이 난다.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있으나, 언제든 떠나버릴 수도 있는 이 새로운 유형의 젊음을, 이영지의 방문을, 우리는 환영할 준비가 되었는가.

▪ 남지우 평론가가 선정한 2021년 올해의 인물 (공동 1위, 무순)

1. 이영지 (KBS <컴백홈>, 유튜브 <차린 건 없지만>)

1. 모니카 (Mnet<스트릿 우먼 파이터>, <스트릿 댄스 걸스 파이터>)

1. 주현영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글 | 정석희 TV 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이승한 칼럼니스트 tintin@iamtintin.net

      남지우 칼럼니스트 Instagram @jmbar_jwjw

[사진=MBC, wavve, 넷플릭스, JTBC, KBS, SBS, Mnet, 유튜브 채널 ‘차린 건 없지만’. 그래픽=이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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