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추자현... 반중정서 들끓는데 소속사는 대체 뭐하나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하지만 진짜 마음이 아픈건 댓글 읽으면서 알개된건 대부분 저의 행동이나 말 한거 때문에 불편한거 아니고 저의 피 땜 이라는걸.” 가수 헨리가 보인 친중 행보에 대한 일부 누리꾼들의 비판에 대해, 그가 SNS에 게재한 사과문 속 이 문구는 누리꾼들을 더욱 공분하게 만들었다. 그건 마치 그가 중국인 피가 섞여 있다는 것 때문에 누리꾼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게 아니냐고 단정함으로써, 누리꾼들을 일종의 인종 차별주의자들처럼 매도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헨리는 국적이 캐나다다. 홍콩인 아버지와 대만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캐나다 국적의 중국계 캐나다인인 것. 그래서 그가 ‘피 운운’했던 건 사실상 누리꾼들의 비판적인 반응들과 그리 관련이 없다. 그보다는 그가 지금껏 중국 측에 보여왔던 ‘친중 행보’가 그런 반응들이 나온 진짜 이유다. 그는 2018년 벌어진 영토분쟁에서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기도 했고, 지난해 10월에는 중국 국경절을 기념해 웨이보에 축하 글을 올리고 오성홍기가 그려진 마스크를 착용하기도 했다. 그는 중국의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던 경력이 있다. 그만큼 친 중국 행보를 보였고, 그것이 중국의 동북공정, 문화공정에 분노하는 누리꾼들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런데 사과문이라고 그것도 맞춤법, 띄어쓰기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헨리가 올려놓은 글이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시켜줄 리 만무다. 게다가 ‘피 운운’하는 이야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제아무리 개인 SNS라고는 해도 엄연히 소속사가 존재하는데 이런 일이 전혀 관리되지 않는다는 건 더더욱 놀라운 일이다. 그간 MBC <나 혼자 산다>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이미지를 쌓았던 일들이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사실 최근 들어 중국의 동북공정, 문화공정 때문에 한국의 대중들이 중국에 갖는 감정은 결코 좋지 못하다. 지난해 SBS <조선구마사>가 2회 만에 초유의 폐지결정까지 나오게 된 데는 그 밑바닥에 깔린 문화공정에 대한 반감이 크게 작용했다. 또한 <빈센조>에 등장했던 중국 PPL이 뭇매를 맞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이처럼 한중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예민해져 있어 작은 사안 하나도 큰 이슈로 터져버린다는 걸 이미 여러 사건들을 통해 겪었다면, 헨리처럼 중국 이슈가 분명히 생겨날 수 있는 연예인에 대한 소속사의 허술한 관리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최근 벌어진 추자현의 ‘파오차이’ 논란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SNS에 김치를 ‘파오차이’로 표기해 올린 것에 대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일침을 가했고 그것이 일파만파 논란으로 이어진 것. 김치와 한복 같은 우리의 문화를 마치 저들의 문화인 것처럼 오도하는 문화공정 이슈는 최근 몇 년 간 계속 벌어졌던 사안이다. 그렇다면 추자현처럼 남편이 중국배우이고 또 중국에서도 활동을 하는 배우라면 소속사는 더더욱 민감한 사안들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있어야 하는 게 상식이다.

물론 헨리나 추자현에게 벌어진 논란이 모두 SNS라는 사적인 공간을 통해 확산된 건 사실이나, 이제 SNS 역시 연예인들에게는 소속사의 관리가 필요한 영역이 된 지 오래다. 헨리도 추자현도 뒤늦게 소속사들이 나서 불거진 논란에 대해 대응하고 있는 모양새지만, 이런 관리는 사후약방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에 의해 야기된 반중정서. 하지만 이미 문화적 교류가 존재해 그 중간 위치에 놓여있는 연예인이라면 스스로는 물론이고 소속사 역시 그만한 세심한 관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tvN,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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