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이 폭풍공감한 공학박사 웹툰작가의 육아이야기(‘유퀴즈’)

[엔터미디어=정덕현] 유재석과 조세호가 그저 겉으로만 봐도 ‘그쪽 같다’고 말할 정도로 웹툰작가 이대양씨는 공학박사 특유의 분위기를 풍겼다. 체크무늬 남방에 안경, 그리고 다소 공부로 뭐든 할 것 같은 그런 분위기. 그런데 이 출연자는 공학박사라는 타이틀보다 웹툰작가로 더 유명한 인물이었다.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그가 그려 유명해진 작품이 <닥터&닥터 육아일기>라는 건 더더욱 묘한 조합이었다.

<닥터&닥터 육아일기>는 산부인과 전문의 엄마의 임신과 출산 그리고 공학박사 아빠의 논문 기반 육아를 다룬 웹툰이다. 벌써 학구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 설명대로 웹툰에는 논문의 출처가 들어가 있을 정도로 전문적인 내용도 들어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는 단순한 지식자랑이 아닌 이유가 있었다. 임신, 출산에 있어서 근거 없는 유언비어들이나 금기들이 많아 제대로 된 정보를 웹툰에 담기 위해 논문까지 들여다봤다는 거였다. 실제로 태교 관련 근거 없는 금기들은 심지어 무언가 잘못됐을 때 임산부들이 자책하게 만드는 일이 되곤 하지 않던가.

그런데 놀라운 건 이대양씨의 이 웹툰은 자신이 실제로 육아를 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려진 작품이라는 사실이었다. 에너지자원공학과를 나와 에너지시스템공학 박사 과정을 하던 중 아내가 계류유산을 겪으며 부부가 큰 충격을 받은 일이 계기가 됐다. 산부인과 의사인 아내조차 본인이 직접 겪은 그 충격은 다르게 다가왔다고 했다. 그 때 이대양씨는 아내에게 “두 번째 기회가 찾아온다면 내가 아이를 직접 키워보고 싶다.”는 말을 건넸다고 했다. 그 말에 아내는 “안심하고 다시 한 번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는 것.

그리고 머지않아 아이를 갖게 됐고 그래서 약속대로 이대양씨는 학위를 중단한 채 육아를 하게 됐다고 했다. 학위 논문만 남겨 놓은 상황에서 교수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휴학 후 육아를 했고 3년 후에 학위를 받았다는 이대양씨의 이야기에 유재석은 이렇게 말했다. “아빠든 엄마든 모든 하던 일을 내려놓고 육아에 전념하겠다 이런 결심하는 게 이게 쉬운 일 아니에요..근데 잘 하신 거 같아요.”

뭐든 새로 하면 책부터 들여다본다는 이대양씨는 책을 읽고는 육아에 뛰어들었지만 육아는 실전이었다. “애가 한 한 시간 자다 깨고 두 시간 자다 깨고 이거를 24시간 동안 100일 가까이 반복하니까 이걸 알고 있다고 어떻게 되는 게 아닌 거예요.” 공학도답게 아이가 깨고 자고 먹고 하는 것들을 모두 표와 차트를 만들어 아내와 인수인계하듯이 보면서 육아를 했다고 했다.

이대양씨의 이야기가 현실 육아의 폭풍 공감을 불러일으킨 건 진짜 힘든 점이나 육아로 인해 휴학을 한 후 겪게 된 경력단절에 대한 이야기에서였다. 육아가 진짜 힘든 건 몸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사람을 ‘숨 막히게 하는’ 부분이 있어서라고. 그는 화장실 문을 닫아야 용변을 볼 수 있는데 아이 소리를 듣기 위해 문을 닫지 못하다 변비가 왔다는 사례를 들려줬다. 그 말에 유재석은 아빠로서 공감하며 자신도 열심히 육아를 도와주려 하지만 “나경은씨의 성에 차지 않을 뿐”이라고 해 웃음을 줬다.

또 “아이를 많이 봐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시간이면 한 시간 믿을 수 있게 봐주는 거가 더 중요하다”는 이대양씨의 이야기에 유재석은 자신도 자꾸 전화를 해서 “질문하다 혼난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이대양씨는 지원서를 쓸 때 최근 3년 간 연구 실적을 쓰게 되어 있는데 그간 육아를 해서 적을 말이 없는 그 상황을 겪으며 이렇게 “경력이 단절되는” 거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아이를 낳고 키우는 걸 힘들어 한다는 것도. 일반적으로 여성들이 임신, 출산으로 인해 겪는 ‘경력단절’을 그 역시 똑같이 느꼈다는 건 이 문제가 사회 시스템의 문제라는 걸 에둘러 말해줬다.

석유나 석탄 같은 에너지 자원 연구가 주 전공이고 그래서 경력을 이어가려면 해외 파견이나 장기 파견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그걸 받아들이기에는 육아가 소중한 일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방향을 급선회해 웹툰을 하게 됐다는 것. 그런데 그의 앞에 닥친 고난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본격 연재를 하자는 제의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림프종 4기 암 판정을 받았다는 거였다.

왜 하필 이 타이밍에 자신이냐는 생각에 화가 났고 이를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그러던 중 암 병동 대기실에서 한 아이 환자가 “엄마 나 오늘 주사 맞아요?”라고 말하는 걸 보고는 깨달았다고 했다. “나라고 아닐 이유가 없구나.”라는 것. 자신은 밤샘도 밥 먹듯 해보고 술도 마시고 실험실에 오래도록 일했고 그래서 짚이는 데라도 있는데 “내가 아닐 이유가 없구나”라고 자신이 암 환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결국 항암치료를 잘 받고 이제는 추적 관찰만 남겨 놓은 상황으로 회복되었다지만 그 일련의 과정들이 결코 쉽지는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도 그는 웹툰을 휴재 없이 마감했다고 했다. 작품을 통해 아이에게 아빠가 하고픈 이야기들을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삶에서 예기치 않게 마주하게 되는 위기들이 있지만, 그 때의 어떤 선택들이 그 삶을 가치 있게 해줄 수 있다는 걸 이만큼 잘 보여준 이야기가 있을까. 이대양씨의 이야기에 유재석이 폭풍공감하고 감복한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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